멕시코·캐나다 경유 중국산 제품 환적 관행 타깃...美 제조업 27곳 폐쇄 속 "산업 보호" 강조

중국이 제3국을 경유해 미국 수입 관세를 회피하는 '환적' 관행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무역 규제 타깃이 됐다. 워싱턴 타임즈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12일부터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멕시코, 캐나다 등 제3국으로 제품을 수출한 뒤 재포장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환적(transshipment)'으로 알려진 이 수법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수입 관세를 우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 저가 제품이 넘쳐나고 미국 제조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새 조치가 시행되면 알루미늄 관세가 25%로 인상되고, 이전에 관세 면제 대상이었던 제품들까지 대부분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가 적용된다.
이른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백도어 무역"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무역 절차를 우회하여 무역 장벽이나 관세를 피하는 방법으로, 통상 중국 기업들이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멕시코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멕시코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Made in Mexico"로 표시하여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관세를 피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니어쇼어링(Nearshoring)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생산지를 미국 시장에 더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여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무역 장벽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미국 제조업계는 중국의 이러한 관행이 미국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원사 방적업체 파크데일 밀스(Parkdale Mills)의 앤더슨 D. 워릭(Anderson D. Warlick) 최고경영자(CEO)는 "유일하게 공짜인 것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며, 다른 나라에 대한 접근은 높은 관세, 국경에서의 부가가치세, 정부 보조금 또는 평가절하된 통화를 통해 미국 제조업체에 거부된다"며 "우리가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워릭 CEO는 지난주 의회에서 중국의 환적 전술로 인해 미국으로의 섬유 수입이 급증했으며, 세관 사기와 환적 등의 수법으로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중국이 무역법을 악용해 2023년 이후 미국 섬유 공장 27곳이 문을 닫았다"며 "우리는 관세가 무역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30년 전에 그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경제학자 E.J. 안토니는 중국의 환적 관행 차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핵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 같은 나라가 무역협정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는 특히 중국이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른 관세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로 철강 및 기타 제품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중국산 철강을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주요 통로로 지목된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멕시코의 대중국 철강 수입이 급증했고, 동시에 미국의 멕시코산 철강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도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철강을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경로라고 지적했다.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제켈만 인더스트리(Zekelman Industries)의 튜브형 제품 부문 책임자 톰 무스(Tom Muth)는 태국, 오만, 베트남도 중국산 철강을 미국 시장에 우회 수출하는 통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강관 및 튜브 시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간접적으로 수입된 제품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20년 넘게 제켈만은 중국으로부터 불공정하게 거래되는 수입품에 맞서 싸워왔다. 이러한 수입품으로 인해 우리는 공장을 폐쇄하고 고용을 줄이며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계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법 집행 강화 법안이 결합되면 무역법을 피해 버려진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제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에 대한 하원 선출 위원회는 지난주 팸 본다이 법무장관,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초당적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은 "무역 범죄자를 형사 기소하고, 민사 집행을 강화하고, 환적 계획을 조사하는 것을 포함하여" 중국의 불법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애슐리 힌슨(Ashley Hinson) 하원의원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의 무역범죄를 기소하기 위해 법무부 내에 태스크포스를 설립하는 초당적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지난 의회에서 표결로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는 상정되지 못했다. 의원들은 이 법안이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힌슨 의원은 "관세는 무기고에 있는 강력한 도구지만, 우리 무역법의 강력한 집행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중국이 우리를 뜯어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월가의 매도세가 2주째 이어지고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망가뜨렸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시행될 예정이다. 반면 제조업자들은 미국이 지난 30년 동안 운영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뜯어내고,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죽일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