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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독주' 흔들린다...유럽·세계 대비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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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독주' 흔들린다...유럽·세계 대비 주가 하락

트럼프 2기 관세정책·연방정부 구조조정에 소기업 불확실성 지수 역대 최고치
2024년 11월 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후 한 트레이더가 미국 국기 옆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1월 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후 한 트레이더가 미국 국기 옆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가 한때 가졌던 '무적'의 이미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 14(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유럽과 세계 다른 시장 대비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 관세 위협과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 급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두 달 동안 미국의 가장 중요한 3대 무역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벌칙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망설이며 내린 결정은 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관세는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가 발언하는 동안에도 S&P500 지수는 0.8% 하락했고 2025년 초부터 총 4% 하락했다.

무역 정책의 충격을 더하는 것은 일론 머스크와 그의 특사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 인력 구조조정이다. 머스크는 수만 명의 연방 근로자를 정직 또는 해고하고 수천 건의 정부 보조금 및 계약을 취소했다. 지난 14, 두 명의 연방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최근 몇 주 동안 해고된 수만 명의 공무원을 재고용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는 머스크의 비용 절감 드라이브에 대한 법적 차질이다.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1기는 2018년과 2019년에 약 38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나, 새로운 관세는 1조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영향을 미치며, 42일 캐나다와 멕시코 면제 만료 시 14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기업을 대표하는 비영리단체 NFIB가 집계한 소기업들의 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현재 약 100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미시간 대학의 소비자 심리 지수도 3월에 11% 하락한 57.9를 기록했는데, 이는 경제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하락폭이며,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선거 승리 여파로 상승한 수준을 모두 지워버렸다.

◇ 미국 우위론 퇴색과 유럽·중국 부상 조짐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서는 경직된 유럽과 침체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 논의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한 은행 고위 임원은 "유럽의 경우 자정까지 5분 남았다""모두가 미국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활기찬 분위기는 트럼프의 취임 첫 몇 주 동안 산산조각이 났다. 2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의 최고경영자(CEO)"다보스에서 모든 유능한 은행가들은 규제 철폐, 낮은 세금, M&A , IPO 붐을 일으킨다고 말했다""이것은 그들의 얼굴에 완전히 역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알게브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다비드 세라는 "내가 보기에 다보스 컨센서스는 항상 틀렸지만, 올해는 미국 사람들이 마약에 그렇게 많이 빠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초현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기술 우위도 도전받고 있다. 최근 중국 신생 기업 딥시크(DeepSeek)의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은 오픈AI, 앤트로픽, 메타와 같은 미국 선두 업체의 최고 모델과 견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근본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되고 덜 정교한 칩을 사용했다. 이는 고평가된 미국 기술 기업의 주가를 흔들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까지 MSCI USA 지수는 2025년 초 이후 4.4% 하락한 반면, MSCI 유럽은 유로화 기준으로 7.7% 상승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빈센트 모르티에는 "사람들은 미국의 예외주의가 그렇게 예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노이버거 버먼의 주식 부문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 조셉 아마토는 "장기적으로 미국은 이에 대해 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제안된 관세의 속도와 범위는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야성적 충동은 성장을 주도하는 것보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현실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관세가 국내 생산 능력을 구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텔의 최고경영자(CEO) 이논 크라이즈는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의 경제성을 못 본다""관세 영향에 관해서는, 우리가 해야 할 때 완화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재단의 연방세무정책 담당 부회장 에리카 요크는 "우리는 거의 매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상충되는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지적하며, 미국 파트너들의 보복을 감안할 때 이번 관세가 미국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이전 전망치보다 1% 낮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트럼프의 첫 임기 감세 연장으로 인한 긍정적 영향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성장률은 2%로 전망되는데, 이는 한 달 전 2.2%와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2.7% 전망보다 낮지만, IMF가 유로존에 예측한 1% 성장률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