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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조 칼날', 가장 아픈 곳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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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조 칼날', 가장 아픈 곳은 어디?

남수단, 보건 예산의 3배 넘는 미국 원조...트럼프 행정부 삭감 예고에 '비상'
부룬디, 콩고 등도 취약국 분류...국제 보건 협력에도 악영향 우려
트럼프의 원조 예산 삭감으로 가장 위험에 처한 나라는 남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의 원조 예산 삭감으로 가장 위험에 처한 나라는 남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 예산의 대폭 삭감을 예고하면서, 미국의 재정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국가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특히 남수단은 미국의 보건 원조가 정부 전체 보건 지출의 3배를 넘어설 정도로 의존도가 극심해 당장 의료 시스템 붕괴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부룬디, 콩고 민주 공화국 등 다른 취약 국가들 역시 미국의 원조 삭감으로 인해 보건 시스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곧 국제 사회의 보건 협력 노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카이저 가족 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과 피터슨 의료 재단(Peterson Center on Healthcare)의 심층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보건 원조가 해당 국가 정부의 전체 보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분석 결과, 미국의 보건 원조에 가장 심각하게 의존하는 국가는 남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이 남수단에 제공한 보건 원조액은 남수단 정부의 총 보건 지출액의 무려 347%에 달하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남수단 정부가 보건 분야에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미국이 약 3.5달러를 지원했다는 의미다.
남수단 외에도 부룬디(167%), 콩고 민주 공화국(131%), 모잠비크(112%) 등이 미국의 보건 원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이들 국가는 이미 보건 시스템 전반에 걸쳐 심각한 난관에 직면해 있으며, 미국의 원조가 대폭 삭감될 경우 그 파장은 가히 파괴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원조 삭감안은 정부 지출을 감축하고 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폭넓은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원조 삭감이 개발도상국의 취약 계층에 불균형적인 타격을 가하고 궁극적으로는 국제 사회의 보건 증진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욱이 이번 분석은 전 세계 보건 분야에 대한 미국의 막대한 재정 기여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2023년 미국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총 100억 달러가 넘는 보건 원조를 제공하며, 세계 최대의 보건 원조 공여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제안된 원조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그 영향은 실로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수단과 같이 미국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들의 경우, 미국 자금의 중단은 곧바로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원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조차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기고, HIV/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예방 및 치료와 같은 중요한 보건 사업의 진전이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은 의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해외 원조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논쟁의 결과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건강과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