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논란에도 필수 불가결...규제 강화 속 스타트업 '기술 한판 승부'
옥실 AG, 미세 기포로 99% 제거...그라디언트, 완전 파괴 기술로 도전장
옥실 AG, 미세 기포로 99% 제거...그라디언트, 완전 파괴 기술로 도전장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칩 판매액은 6280억 달러(약 912조7980억 원)를 넘어 19%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이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세는 소방용 폼, 프라이팬, 우비 등 일상용품에도 널리 사용되는 PFAS의 유해성을 줄여야 한다는 절박감을 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상수도 오염 제한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 기술로 '영원한 화학물질' 격파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공급망에서 PFAS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이를 파괴하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제오염물질제거네트워크의 리 벨 기술정책 자문위원은 "산업 현장의 PFAS 오염을 막고 이미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각 방식으로는 PFAS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기반의 옥실 AG는 PFAS 제거 경쟁의 선두 주자 중 하나다. 이 회사의 모듈형 시스템은 지하수부터 산업 폐수까지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하며,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1mm 이하의 미세 기포를 활용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자랑한다. PFAS로 오염된 물에 이 기포를 발생시키면 PFAS 분자들이 기포에 달라붙고, 이후 무해한 이산화탄소와 불화물 등의 무기물로 분해되는 방식이다. 옥실 측은 이 과정에서 독성 부산물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미세 기포로 PFAS '완벽 제거'
특히 옥실의 기술은 기존 여과 방식보다 뛰어난 PFAS 제거 효율을 보인다. 회사 측에 따르면, 특정 PFAS 농도를 8700ppt 이상에서 14ppt 미만으로 감소시켜 99% 이상의 제거율을 기록했다. 이는 옥실이 테스트한 6가지 화합물의 검출 한계치에 근접한 수치이며, 처리 시간이나 촉매 사용량을 조절하면 PFAS 농도를 더욱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정화 방식의 한계도 명확하다. 미국과 EU가 식수 내 PFAS 허용치를 제한하기 시작했지만, 기업의 PFAS 배출량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소재 공공환경감시센터의 레니 시겔 사무국장은 "미국 내 어떤 반도체 공장도 폐수 내 PFAS 배출 규제를 받는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한 반도체 공장의 폐수에서 최대 623ppt의 PFAS가 검출되기도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인체에 유해한 두 종류의 PFAS에 대한 식수 가이드라인을 4ppt로 제한하는 최저 '실현 가능한' 수준을 제시했지만, 건강 영향에 대한 위험이 없는 노출 수준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규정은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 당시 EPA의 요청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일반적인 정수 처리 방식은 황산알루미늄 등을 첨가해 오염 물질을 응집시켜 침전시키는 방식이지만, PFAS 제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옥실의 파제르 무슈타크 CEO는 "확장 가능하고 저렴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위해서는 처리 방식을 분산화하여 오염원 가까이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상수도 처리 방식은 너무 늦고, 비용도 많이 들며, 속도도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라디언트 코퍼레이션의 스티븐 램 기술 책임자는 "칩 산업은 통제된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어 이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위치한 이 회사는 지난해 PFAS를 영구적으로 제거하고 파괴하는 기술을 출시했으며, 현재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함께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술 혁신 발목 잡는 '규제 리스크'도 존재한다. 새로운 PFAS 파괴 기술의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규제 불확실성이다. 많은 지역에서 식수 및 폐수 내 PFAS 허용 기준이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기준 또한 각기 다르다. 그라디언트 측은 성명을 통해 "규제 당국이 화학 물질을 완전히 파괴하는 기술의 공중 보건상 이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PFAS 대체 불가능...'더 나은 관리' 해법은?
일부 의류 산업에서는 PFAS 사용을 줄이고 덜 위험한 대체 물질로 전환하고 있지만, 칩 산업에서는 PFAS가 여전히 필수적인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망 협회인 SEMI는 PFAS로부터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입증된 대체 물질이 부족하여 첨단 반도체를 PFAS 없이 제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SEMI는 또한 "정부 및 학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해결책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슈타크 CEO는 칩 부문이 옥실에게 중요한 시장이며, 현재 여러 회사와 초기 단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해당 산업에서 활발한 프로젝트는 없으며, 유럽 지역의 지하수 정화 및 산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무슈타크 CEO는 "오늘날 우리가 반도체 산업에서 PFAS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희망"이라며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나은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