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난 마윈, 퀀(Qwen) 모델로 애플과 협력...주가 66% 급등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가 AI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중국 기술 시장에서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알리바바의 우젠슝(Eddie Wu)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향후 3년간 AI 인프라 구축에 3800억 위안(약 7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가 지난 10년 동안 투자한 총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알리바바는 2022년 말 최저점에 있었다. 주가는 고점 대비 80% 하락했으며, 창업자 마윈(Jack Ma)은 도쿄로 이주하며 대중의 시야에서 물러났다. 회사는 규제 당국의 압박을 받는 동시에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경쟁사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었다.
특히 2020년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부문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중단은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당시 앤트그룹은 345억 달러(약 50조 원)를 조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앞두고 있었으며, 기업 가치는 3100억 달러(약 44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FT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마윈은 알리바바가 AI 기술에서 뒤처져 있음을 인식했다. 이후 마윈과 공동 창업자인 조 차이(Joe Tsai)는 회사의 전략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3년간 AI 연구팀을 약 100명으로 강화하고, 문샷(Moonshot), 미니맥스(MiniMax), 지푸(Zhipu) 등 AI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우젠슝 CEO는 취임 후 15개월 동안 자본 지출로 810억 위안(약 16조1991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이전 15개월 동안의 340억 위안(약 6조7997억 원)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 회사는 올해 AI 칩 구매에 390억 위안(약 7조7996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이는 작년보다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알리바바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퀀(Qwen)'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중국 내 아이폰에서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퀀을 선택했다고 조 차이가 지난달 밝혔다. 미국과 서구 시장에서는 오픈AI 모델을 사용하는 애플이 중국에서는 현지에서 승인된 모델을 선택해야 했다.
미시간주립대학교 컴퓨터 수학 교수이자 슈퍼포커스닷AI(Superfocus.ai)의 설립자인 스티브 수(Steve Hsu)는 "우리는 작은 퀀 모델을 아이폰에서 직접 실행하는 실험을 했다. 그들은 매우 잘 작동했다"며 "애플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전략 변화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66% 상승했으며, 마윈도 중국에 복귀했다. 지난달 마윈은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다른 재계 지도자들과 함께 맨 앞줄에 앉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였다.
포레스터(Forrester)의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인 찰리 다이(Charlie Dai)는 "LLM 경쟁은 마라톤이며, 모델 자체의 성능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퀀은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알리클라우드는 포괄적인 AI 플랫폼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인터커넥티드 캐피털(Interconnected Capital)의 설립자 케빈 쉬(Kevin Xu)는 "퀀을 오픈소스로 만든 결정은 개발자의 관심을 끌어 모델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AI 리더십 위치는 보장되지 않았다. 중국 경쟁사인 텐센트는 딥시크(DeepSeek)의 모델을 비즈니스에 빠르게 통합하고 있으며,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칩에 120억 달러(약 17조34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케빈 쉬는 "알리바바가 선두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렵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도 도전 요소다. 워싱턴은 엔비디아가 최첨단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했으며, 알리바바의 칩 설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보다 몇 년 뒤처져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주력 제품인, AI 비서 기능을 탑재한 브라우저 앱 '쿼크(Quark)'에 집중하고 있으며, 모든 사업부는 2025년 성과가 AI를 활용한 성장 촉진 능력에 따라 평가될 예정이다.
알리바바의 한 베테랑 직원은 "다시 옛날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믿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며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