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EV 의무화 폐지 움직임에도 IRA 세금 감면 효과로 판매 급증
중국 76%, 유럽 20% 성장세
헤리티지 재단 '소비자 선택권 회복' 강조
중국 76%, 유럽 20% 성장세
헤리티지 재단 '소비자 선택권 회복' 강조

전기차 리서치 전문회사 로 모션(Rho Motion)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첫 두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 시절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려는 움직임과 세금 인센티브 축소 위협, 수입 관세 부과 등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타난 주목할 만한 변화다.
로 모션의 데이터 매니저 찰스 레스터(Charles Lester)는 "미국 운전자들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거의) 30% 더 많은 전기차를 구입했다"며 "올해 말에 인센티브가 풀리기 전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금 감면의 마지막 달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중국,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은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 로 모션에 따르면 이러한 잠재적 부담금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제적 구매를 유도해 판매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출범 이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호국(EPA) 리 젤딘(Lee Zeldin) 행정관은 2032년까지 판매되는 차량의 56%를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명령을 종료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
또한, EPA는 2030년까지 판매된 차량의 68%, 2035년까지 100%를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요구하는 캘리포니아의 '어드밴스드 클린 카스 II(Advanced Clean Cars II)'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와이오밍 공화당의 존 바라소(John Barrasso) 상원의원은 지난달 전기 자동차에 대한 세금 공제를 종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세금 인센티브는 향후 10년간 납세자들에게 약 1000억 달러(약 145조 원)의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테슬라 부진 속 중국·유럽은 EV 시장 확대... '소비자 선택 중심' 정책 강조
미국 시장의 성장은 전기차 제조 선두주자인 테슬라(Tesla)의 글로벌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 로 모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유럽과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각각 47%와 15% 감소했으며, 시장 가치도 크게 하락해 연초 이후 주가가 40% 이상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같은 기간 76%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유럽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분기마다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첫 두 달 동안 13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유럽 시장도 20%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매출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에너지, 기후 및 환경 센터 연구원 오스틴 게이(Austin Gae)는 "전기 자동차는 순간 가속, 효율성, 배기관 배출 제로, 주유소로부터의 독립성 등 많은 이점이 있지만, 내연 기관차보다 높은 가격, 충전소 의존성, 추운 날씨에서의 주행거리 20% 감소, 중국 부품 의존 등의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D.C. 오토쇼에서는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같은 혁신적인 전기차 모델이 인기를 끌었으며,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기화를 향한 급격한 전환이 강조됐다. 게이 연구원은 "사이버트럭은 스포츠카 속도와 픽업 트럭의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며 "시승 기회가 제공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해 기아차,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BMW를 포함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설적인 M5와 같은 모델을 하이브리드화하고 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Chicago)의 연구원 토마스 클리어(Thomas Klier)와 제임스 루벤스타인(James Rubenstein)의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북미 조립 공장에서는 60개의 고유한 엔진 모델을 공급받았으나 2023년까지 그 숫자는 35개로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공장으로 생산 공간을 확장하는 대신 기존 시설의 용도를 변경하여 내연 기관 차량 생산에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제조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규제 부담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구동 차량을 선호하여 내연 기관 생산을 단순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환경보호국 젤딘 행정관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는 미국인들에게 차량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전기차를 살지 가솔린 차량을 살지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영 리더 프로그램(Young Leaders Program) 회원인 잭슨 무디(Jackson Moody)는 "사이버트럭과 같은 혁신이 모터쇼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소비자는 전기차를 살지 가솔린 차량을 살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결정에 부담이 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