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장기재임, 독립성 저해"... 연구결과 "9~17년 재임 기여도 높아" 찬반론 팽팽

이런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에 따르면, 호주 300대 상장기업 이사회 중 33명의 비상임 이사가 20년 이상 재직 중이다. 현재 호주에서는 증권거래소(ASX) 지침이나 다른 규정에 따른 특정 임기 제한이 없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이사 재임 규칙을 정할 수 있다.
이사 장기 재임의 핵심 쟁점은 경험 축적이라는 장점과 독립성 약화라는 우려 사이의 균형이다. 비판론자들은 장기 재임이 현상 유지에 안주하게 만드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호주 최대 슈퍼펀드들은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테크 글로벌의 공동 설립자 리처드 화이트가 개인적 관계에 대해 이사회를 오도한 것으로 밝혀진 후 "진정으로 독립적인" 이사 임명을 촉구했으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의장을 포함한 4명의 독립 이사가 사임한 사례가 있다.
반면, 지지론자들은 장기 재임을 통해 축적되는 지식과 경험의 가치를 강조한다. 금융 서비스 부문 37명의 비상임 이사 기여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9~17년 재임한 이사들이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였으며, 25년 초과 재임은 기여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공적인 장기 재임 이사들은 대개 여러 이사회에서 동시에 활동하며, 이는 다양한 맥락에서의 경험이 거버넌스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엄격한 임기 제한보다 모든 이사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접근법은 이사회 구성원들이 역할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 동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 임기 제한 논의는 호주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3년 ASX 기업지배구조 위원회는 비상임 이사가 9년 이상 재직할 경우 독립성을 상실하는 것으로 간주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커먼웰스 은행의 전 회장 캐서린 리빙스턴이 비상임 이사의 임기를 6년 이하로 표준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 지배구조 강화 추세와 맞물려, 한국에서도 포스코홀딩스가 이사회 책임성 강화에 나섰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 재선임 요건을 주주 과반수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강화했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이 현상 유지가 아닌 주주의 적극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선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이주태 이사와 전성래 이사를 신임하고 김기준수 이사를 재선임했다. 또한, 주당 2,500원의 배당금을 책정해 회사의 탄탄한 경영전략을 반영했다. 장인화 회장은 주주들에게 글로벌 무역 긴장과 불리한 환율로 악화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장기적 성장 구조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거버넌스에 관한 전 세계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호주 APRA의 임기 제한 제안과 포스코홀딩스의 재선임 요건 강화는 각국 기업들이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비록 구체적인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례 모두 이사회의 책임 경영과 건전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