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 강화 및 R&D 올인
삼성은 '질주' vs LG는 '숨고르기'...엇갈린 XR 전략 배경은?
삼성은 '질주' vs LG는 '숨고르기'...엇갈린 XR 전략 배경은?

LG전자는 최근 메타와의 비생산적인 파트너십 논의를 끝으로 XR 제품 사업부를 공식적으로 폐쇄했다. LG전자 대변인은 "HE사업본부 산하 개발 조직은 없어졌지만, CTO 부문 내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상용화 계획을 연기하고 R&D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차가운 XR 시장 현실
XR 시장은 당초 기대와 달리 더딘 성장세를 보이며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VR 및 M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약 96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메타는 73%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가 XR 경쟁에서 잠시 멈춤표를 찍은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구글과 협력해 헤드셋과 스마트 글래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XR'과 함께 '인피니트' XR 기기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XR 시장의 성장 속도가 많은 기술 기업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는 예상보다 더딘 시장 성장으로 인해 XR 사업을 축소하고 AI 가전, HVAC 시스템 및 로봇 공학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메타 협력 '수포로'
LG와 메타의 협력은 2024년 초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LG 한국 본사 방문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당시 양사는 "XR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협력 과정에서 전략적 방향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XR 시장에 진입했지만,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역시 LG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메타와 LG전자가 협력 과정에서 전략적 방향을 놓고 충돌했으며, 이것이 LG가 'XR 사업을 보류하고 다른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메타의 저커버그 CEO와 LG 경영진의 만남으로 시작된 양사의 협력은 결국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23년부터 메타가 애플 비전 프로의 경쟁 제품 생산을 LG에 맡길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메타는 퀘스트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호라이즌 OS'로 개편하고 에이수스, 레노보 등과 협력한다고 발표하며 LG를 파트너 목록에서 제외했다.
◇ LG의 '굴곡' 많았던 XR 도전사
LG의 XR 분야 도전은 과거에도 여러 번의 실패와 제한적인 성공을 반복해왔다. 2016년 출시한 LG 360 VR 헤드셋은 혁신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디자인과 부족한 콘텐츠로 인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2017년에는 SteamVR 호환 헤드셋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다.
LG는 CTO 부문 내에서 XR 연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은 다른 기술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XR투데이는 전망했다. 이는 X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장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LG의 이번 결정은 XR 산업 전반에 걸쳐 주류 시장으로 안착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