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언론·법원 3대 자유주의 기관 압박...공화당원 80%는 대학 불신
컬럼비아대 4억 달러 지원 중단, CNN 비난, 케네디센터 개혁으로 반엘리트 행보 강화
컬럼비아대 4억 달러 지원 중단, CNN 비난, 케네디센터 개혁으로 반엘리트 행보 강화

2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를 방문해 "'깨어있는' 영향, 드래그 쇼, 기타 반미 선전"을 제거하고 "예술과 문화의 황금기"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에어 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 대학에 대한 약 4억 달러(약 5863억 원)의 연방 보조금과 계약을 취소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대한 연방 자금 약 1억7500만 달러(약 2564억 원)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60개 대학에 민권법 준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러한 반엘리트 정책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구조사에 따르면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의 56%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특히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유권자 중 고등교육을 신뢰한다는 비율이 2015년 56%에서 2023년 20%로 급락했다.
역사학자이자 '시계가 깨졌을 때: 음모론자, 그리고 1990년대 초반 미국은 어떻게 균열을 일으켰는가'의 저자인 존 간즈는 "자유주의의 진정한 힘은 미디어와 학계에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는 언론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2월 ABC 뉴스는 트럼프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1600만 달러(약 234억 원)를 지불했다. 트럼프는 CBS를 상대로도 해리스 전 부통령과의 인터뷰가 기만적으로 편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을 위한 미디어 매터스'의 대표 매트 거츠는 "트럼프 진영은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고 노력하는 한편, 언론사들이 줄을 서도록 강요하기 위해 기업 소유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최근 법무부 연설에서 CNN과 MSNBC를 "민주당의 정치적 무기"라고 비난하며 "내 생각에 그들은 정말 부패했고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사법부도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다. 그는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을 막으려 한 연방 판사를 "급진 좌파 미치광이"라고 묘사하고 탄핵을 촉구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컬럼비아 대학의 수학 교수이자 교수 옹호 단체의 부회장인 마이크 타데우스는 "이 기관들에 대한 지지 기반이 매우 약화됐고, 그들이 공격을 받았을 때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역사학자 질 르포어는 "학계, 언론, 법원의 권위를 약화시키려는 노력은 1970년대 초부터 미국 보수주의 반란의 핵심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파괴적이고, 아주 고의적으로, 그리고 매우 흉포하게 파괴하는 데 가장 열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주의 활동가 크리스토퍼 루포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탓과의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목표가 "대학을 실존적 공포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연방 자금 지원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네디 센터에서는 트럼프 충성파 릭 그레넬이 임시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후 "대규모 전통 프로덕션"을 추진하며 뮤지컬 해밀턴의 공연 취소 등 문화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레넬은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것이 얼마나 미친 짓인가?"라며 문화계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FT는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가 미국 사회의 주도층 교체 시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유주의의 기둥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한 듯하다"며 이번 행보가 "그 규모와 강도로 이 나라의 자유주의 기득권층을 충격에 빠뜨린 공세"라고 평가했다. 특히 "1830년대의 앤드루 잭슨 이래로 대통령 후보들은 전능한 엘리트들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당선되려고 노력해왔으나, 집권하면 포퓰리즘적 수사를 누그러뜨렸다"면서 "이번에 트럼프는 자신의 반엘리트주의적 공약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그것을 실제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