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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혁신·암호화폐 정책 배후는 헤일리"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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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혁신·암호화폐 정책 배후는 헤일리" WSJ

트럼프 행정명령 절반 이상 '헤리티지재단 권고안'과 일치
백악관 국내정책위 책임자 빈스 헤일리는 '그림자 전략가'
크리스 라시비타, 수지 와일스, 제이슨 밀러 등 미국 대통령의 선거 운동 관계자들이 2024년 1월 15일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코커스 야간 감시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가 빈스 헤일리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 라시비타, 수지 와일스, 제이슨 밀러 등 미국 대통령의 선거 운동 관계자들이 2024년 1월 15일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코커스 야간 감시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가 빈스 헤일리이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절반 이상이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정책 청사진에 제시된 권고안과 일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1(현지시각) 이런 정책 조율 배후에 빈스 헤일리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책임자가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이블 뉴스에 자주 출연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며 유명해진 인사들로 행정부를 채운 것과 달리, 헤일리는 대중의 관심을 피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헤일리는 거의 활동하지 않는 X 계정에 단 한 번만 글을 올렸으며,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고, 온라인에도 그의 사진이 몇 장 밖에 없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이 헤일리를 아는 약 20명과 인터뷰한 결과, 그의 낮은 프로필이 오히려 그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일리는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트럼프를 위해 일해온 몇 안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 중 한 명이다.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동안 국내 정책 위원회 국장을 지낸 조 그로건은 "나는 대통령의 사고 과정, 그에게 호소력이 있는 정책, 그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을 것에 대해 더 나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낙태 정책 조율 주도


58세의 헤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인 스티븐 밀러와 긴밀히 협력하며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수십 개의 행정 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았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국내 정책 위원회가 비공식적으로 '공약 이행 전담 부서'로 불리기도 한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선임보좌관을 지냈고 백악관과 가까운 켈리앤 콘웨이는 "빈스, 스티븐 밀러, 그들은 정책적인 사람들이고, 나는 정책적인 사람들이 우세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헤일리는 보건 정책, 의약품 가격 투명성, 에너지 및 주택뿐만 아니라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일과 종교 자유 위원회 등 대통령에게 중요한 다른 프로젝트들을 주도하고 있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암호화폐 컨퍼런스에서 1,500만 달러의 기금 모금과 트럼프를 위한 연설을 제안한 암호화폐 임원 데이비드 베일리를 만났다. 트럼프는 저녁 식사와 연설에 참여하기로 동의했다. 헤일리는 또한 지난해 공화당 정강에 등장한 암호화폐에 대한 글을 썼고, 트럼프가 이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헤일리를 "DJT 정책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표현했다. 파브리지오는 "그는 또한 대통령의 목소리와 대통령이 어떤 것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사에서 군중 반응 분석...'대통령 목소리' 이해해


트럼프의 첫 번째 백악관과 선거 유세에서 헤일리는 연설문을 썼고, 트럼프가 대본에서 방향을 틀 때 텔레프롬프터 교환원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또한 트럼프 행사에서 군중을 스캔하여 지지자들이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금지와 같은 특정 정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인기 있는 정책들이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의제의 중심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헤일리의 아이디어였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공동 매니저인 크리스 라시비타에 따르면, 헤일리는 트럼프를 위해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이 어떻게 사법 제도의 무기화인지에 대한 일련의 연설문을 썼고, 이 문구는 집회 포스터에 등장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캠페인에 합류하기 훨씬 전부터 헤일리는 트럼프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증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았다. 헤일리와 긴밀히 협력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헤일리는 트럼프 캠페인에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라는 문구가 만들어지기 1년 전인 20236월에 트럼프가 전달한 문제에 대한 연설을 작성했다.

헤일리는 2024년 연방 낙태 제한에 대한 논쟁이 공화당을 뒤흔들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2024년 봄, 최고 선거운동 보좌관들에게 연방 낙태 금지법을 수용하면 트럼프가 정치적 상자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에게 16주 낙태 금지법을 지지하도록 압박하고 있었다.

라시비타는 "그는 우리가 낙태에 대한 몇 주에 대한 논쟁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그는 보수 우파, 기독교 우파의 신뢰를 받았고, 많은 잠재적인 정치적 이슈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깅그리치에서 트럼프까지...보수 정책 전문가로 성장


헤일리의 공화당 정책 전문성은 전직 하원의장 뉴트 깅그리치와의 경력에서 시작됐다. 그는 2008년 깅그리치와 함께 'Drill Here, Drill Now, Pay Less'를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은 "드릴, 베이비, 드릴" 슬로건으로 에너지 생산 확대를 주장했으며, 이 표현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출신인 헤일리는 11명의 형제 중 막내로, 9·11 테러 이후 법조계를 떠나 정책 분야로 진출했다. 동료들은 그의 가톨릭 신앙이 정책 방향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헤일리의 영향력은 스티븐 밀러와 일론 머스크의 영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같은 직책을 맡았던 세실리아 무뇨즈는 "여러 요리사가 한 주방에 있으면 일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