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출판부 "달러, 네트워크 효과와 강력한 금융시장으로 지배력 유지"
"과도한 제재는 부메랑 될 수도...비트코인·위안화는 아직 위협 안 돼"
"과도한 제재는 부메랑 될 수도...비트코인·위안화는 아직 위협 안 돼"

"달러, 왜 무너지지 않나"
블루스타인은 달러가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통해 기축통화로 등극한 이후, 1970년대 고인플레이션, 미국의 무역 적자 심화, 일본의 경제 성장, 유로화 출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의 부상 등 수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 강세의 비결로 '관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꼽았다. 수십 년 동안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된 통화는 다른 대안이 등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 세계 사람들이 영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블루스타인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단순한 관성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요인이 달러의 패권을 설명한다"면서 미국 금융시장의 깊이, 폭, 유동성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미국 재무부 채권 시장은 규모가 크고 거래량이 많아 위기 상황에서 안전자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재산권과 계약 이행을 보장하는 법치주의 역시 달러의 지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정교한 금융시장, 법치주의, 독립적인 중앙은행 등의 특징이 있지만, 미국 재무부 채권 시장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달러, 무기로 사용될 때 신중해야"
블루스타인은 달러가 국제 상거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제재를 통해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특정 국가, 기업, 개인을 제재 대상에 올려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유형의 제재는 종종 원하는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제재 대상 정권은 이를 우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면서도 "이란 핵 협상 타결(2015년)과 같이 성공적인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루스타인은 달러 기반 제재의 과도한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맹국들이 소외될 수 있고, 적대국들이 다른 전선에서 보복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비용은 끔찍할 수 있으며, 제재가 경제와 인구의 번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품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 '부수적 피해'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비트코인, 현금 대체 못 해…위안화, 아직 갈 길 멀어"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비치'와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현금을 대체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서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엘살바도르 국민의 88%가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비트코인이 화폐의 세 가지 기능(교환 수단, 회계 단위, 가치 저장)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는 "달러를 몰아낼 수 있다는 잠재력에 대한 흥분된 논평을 자주 불러일으키는 통화"라면서도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 점유율은 4%를 약간 넘는 낮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으며, 국제 준비금에서 중국 통화의 점유율도 캐나다 달러 및 호주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자본 통제, 법치주의 약화 등 중국의 정책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블루스타인은 "미국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혀 달러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법치주의가 훼손되면 달러 지배력은 상실되거나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