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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AI 반도체 제국' 꿈꾼다...엔비디아에 과감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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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AI 반도체 제국' 꿈꾼다...엔비디아에 과감한 도전

'ARM-암페어' 연합, 저전력으로 승부수
오픈AI와 협력, 데이터센터 구축...'스타게이트 계획' 본격화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ARM-암페어' 연합을 통해 저전력 반도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오픈AI와 협력하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본격화하며 AI 시대를 향한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ARM-암페어' 연합을 통해 저전력 반도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오픈AI와 협력하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본격화하며 AI 시대를 향한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소프트뱅크그룹(이하 소프트뱅크)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미 오픈AI와 손잡고 미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 암페어 컴퓨팅을 인수하며 AI 시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겸 사장의 AI 패권 전략을 집중 조명한 24일자(현지시각) 다이아몬드 온라인 특집 기사를 소개한다.

'AI 패권=연산 능력'...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 나서


손정의 회장은 202211월 오픈AI의 챗GPT 공개 이후 생성형 AI에 주목하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손 회장은 올트먼 CEO와의 대화에서 "컴퓨터 성능은 크면 클수록 좋다"는 답변을 듣고, AI 패권을 위해서는 방대한 연산 능력 확보가 필수적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스타게이트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4년간 5000억 달러(732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거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 의지를 명확히 했다.

오픈AI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기업용 AI 솔루션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를 일본에 도입하고, 연간 30억 달러(43974억 원)의 이용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지난 3월에는 암페어 컴퓨팅을 65억 달러(95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모두 확보하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AI 패권을 다툴 기반을 마련했다고 다이아몬드는 평가했다.

ARM-암페어 시너지, 엔비디아 독주 막을 수 있을까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AI 패권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ARM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6320억 달러(468992억 원)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20239, 미국 나스닥 시장에 ARM을 상장시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ARM 상장과 암페어 인수는 절묘한 시점에 단행됐다. 2017년 인텔 전 사장 르네 제임스가 설립한 암페어는 ARM 설계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용 CPU를 개발한다. 암페어의 CPU는 저전력·고성능을 특징으로, AI 학습 및 추론에 적합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암페어 인수를 통해 ARM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ARM의 설계 기술과 암페어의 데이터센터용 CPU 개발 역량을 결합해 AI 시대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앞세워 독주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는 병렬 처리에 뛰어나 AI 연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는 전력 소비가 많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ARM과 암페어 연합은 저전력, 고효율을 강점으로 내세워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흥미로운 점은 손 회장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젠슨 황 CEO는 일본을 방문, 손 회장과 회담하며 AI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과 경쟁이라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며,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2017"앞으로 30년 안에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싱귤래리티 이후,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 초지능(ASI)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ASI 실현에는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손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 펀드를 통해 전 세계 유망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의 AI 패권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ARM 상장, 암페어 인수, 오픈AI와의 제휴 등 과감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ASI 시대를 선도하고 AI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