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업들, 연간 1억5000만 달러 기후세금과 수십 건의 소송에 백악관 도움 호소

석유·가스 업계 경영진들은 지난 19일 백악관 회동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뉴욕과 버몬트 주의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또한 엑손모빌, 셰브론, 쉘 등을 상대로 주 및 지방 정부가 제기한 수십 건의 기후소송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 정부의 조치가 자신의 에너지 주도권 의제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업계의 주장에 동의하며, 행정부가 업계를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회의에는 엑손,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헤스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화석연료 업계는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수천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이를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를 장기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기를 기대해왔다. 프래킹 업계가 취임 초기 트럼프의 행보에 불안감을 표했으나, 트럼프는 환경 규제 철폐, 미국 영토의 추가 시추 개방, 천연가스 수출 확대 지원 등 업계의 요구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 법무부에 소송 지원과 의회 보호법 요청
석유업계는 법무부가 자신들의 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버몬트와 뉴욕을 상대로 자체 소송을 제기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들 주는 지난해 연료를 소비하는 석유회사들로부터 환경 프로젝트와 인프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기후 슈퍼펀드법을 통과시켰다.
업계는 법무부가 기후 정책에 관한 연방정부의 영역을 침해한다고 보는 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별도로, 석유·가스 로비스트들은 의회 의원들에게 석유회사들이 기후변화에 기여한 책임에 대한 소송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는 20년 전 의회가 총기 제조업체에 법적 보호를 제공한 선례와 유사한 조치를 원하는 것이다. 다만, 의회 내 공화당의 근소한 다수로 인해 석유회사에 대한 이러한 법적 보호는 얻기 어려울 수 있다.
◇ 기후소송과 슈퍼펀드법의 위협
화석연료 산업은 담배회사들을 강타한 대규모 소송의 교훈을 얻어 같은 운명을 피하려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주요 담배회사들은 흡연의 건강 위험을 알고도 소비자들에게 고의로 은폐했다는 혐의로 대규모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이 소송들은 담배 산업에 총 2000억 달러 이상의 합의금 지불 의무를 부과했고, 마케팅 제한과 엄격한 규제 체제를 가져왔다.
석유 및 가스 기업들도 현재 자신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수십 년 동안 은폐하거나 의도적으로 대중을 오도했다는 유사한 혐의에 직면해 있다. 이들 기업은 담배회사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파괴적인 법적, 재정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에 법적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운영하기를 원하며, 트럼프 취임 직후가 이런 주장에 맞서 반격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석유·가스 회사들은 주 및 지방 정부로부터 쏟아지는 기후 관련 소송에 직면해 있다. 2023년 대법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해 주법에 따른 잠재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는 기업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결정으로 업계가 연방 환경법보다 불리하다고 보는 주법에 따라 여러 소송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뉴욕에서 통과된 슈퍼펀드법은 화석연료 회사들의 온실가스 배출 기여에 대해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권한을 주 정부에 부여한다. 이 법안은 기후변화 적응 노력에 사용할 목적으로 화석연료 회사들에게 연간 총 30억 달러를 25년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욕 상원의원 리즈 크루거가 공동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엑손, 쉘, 페트롤레오스 메히카노스, BP, 셰브론, 피바디 에너지는 각각 연간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의원들은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산불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 비용에 석유회사들이 지불해야 한다며 슈퍼펀드 법안을 발의했다. 버몬트는 미국에서 첫 번째로 이런 법률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매사추세츠를 포함한 여러 주의 입법자들에게 유사한 기금 설립을 촉발했다.
반대론자들은 주 정부가 배출량을 규제할 권한이 없으며, 당시 합법적이었던 배출에 대해 회사들에게 소급적으로 요금을 부과해서는 안 되고, 화석연료 회사들만 집중하고 에너지 소비자들은 제외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웨스트버지니아와 텍사스를 포함한 10여 개 주와 석유·가스 협회들이 뉴욕 법을 법원에서 문제 삼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의 대변인 저스틴 프렌더개스트는 "우리는 법원에서 그 주장을 계속할 것이며, 특정 주들의 이러한 월권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업계는 미국에서의 사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무수한 소송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엑손을 상대로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주를 오염시켰다고 주장하는 첫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엑손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와 환경단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며, 그들의 "거짓 진술"이 잠재적 사업 실패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