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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 '미국도 부담은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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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 '미국도 부담은 마찬가지'

흔들리는 '나 홀로 성장' 현상의 종말?... 달러·주가 동반 추락에 투자자들 '패닉'
"美 경제도 예외 없다"... 글로벌 투자 지형도 변화 예고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올해 들어 월가 주가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올해 들어 월가 주가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관세 정책이 '미국 예외주의'에 기반한 월가의 투자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3(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 관세 여파와 경제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달러화와 주식 시장은 이례적으로 장기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달러-주가 동반 하락, 25년 만의 이례적 현상

올해 들어 달러화 가치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4% 하락했으며, 우량주 중심의 S&P 500 지수 역시 4% 가까이 급락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주식과 통화가 이처럼 동시에 큰 폭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락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미국 예외주의' 이론에 기반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렸던 현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몇 주간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1970년대 초 이후 가장 빠른 주식 시장 조정 중 하나가 촉발됐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가 급락과 함께 달러화 가치까지 동반 하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패턴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폭탄'에 발목 잡힌 美 경제 성장 전망

이러한 시장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격화시키면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관세 정책이 경기 하방 압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명시했다.

올해 이전까지 월가는 미국 경제의 '나 홀로 성장'에 대한 기대로 글로벌 증시를 주도해왔다. 팩트셋(FactSet)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MSCI 미국 주가지수는 54%나 급등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MSCI 선진국 주가지수는 달러화 기준으로 17% 상승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관세 정책 완화 전망으로 주가가 더욱 치솟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취임 후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 관세까지 예고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 흔들리는 '미국 예외주의'와 투자 흐름의 변화

JP모건의 통화 전략가들은 "올해 들어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에 대해 약세 전망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불확실한 관세 정책",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한 미국 경제 활동 둔화", 그리고 독일 정부의 군사 및 인프라 투자 확대 제안으로 대표되는 "독일-유럽 재정 및 지정학적 변화의 분수령"을 지목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들어 미국을 제외한 MSCI 세계 지수는 9% 가까이 상승한 반면, MSCI 미국 지수는 4%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미국 주식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3530억 달러(5181334억 원) 규모의 캘리포니아주 교직원 퇴직연금(CalSTRS)의 스콧 챈 최고 투자 책임자(CIO)"트럼프 대통령의 대량 행정 명령이 시장에 큰 불확실성을 야기했다""잠재적인 위험은 전례가 없으며, 세계 경제 질서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밥 미셸 글로벌 채권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달러 이외 다른 자산을 찾거나, 달러 자산을 다른 시장과 통화로 분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달러 예외주의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 경제의 미래, 아직 불확실

다만 미국 경제의 장기적 둔화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의견도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올해 미국 국채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장기 국채보다는 단기 국채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얼라이언스번스틴(AllianceBernstein)의 에릭 위노그래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예외주의'가 완전히 끝났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 정책은 여전히 미국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대했던 예외주의의 강도는 다소 약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