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TSMC 등 美 생산 확대... "관세 인상 1%p → 현지 생산 0.6%↑"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외국 기업들의 '아메리칸 드림'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은 외국 기업들의 수출 비용을 높이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 발표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일례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된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대상 품목에 한 달간 면제가 이뤄졌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는 부과 몇 달 만에 두 배로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다가 몇 시간 만에 철회했고, 최근에는 EU산 와인 등에 2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가 전략적 계산에 따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효과는 있다. 외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아사히는 2023년 노스캐롤라이나에 두 번째 맥주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대만 TSMC는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건설 중이며, 세 번째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조지아에 76억 달러(약 11조, 1704억 원)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월 노스캐롤라이나 생산 시설 확장에 60억 달러(약 8조 8188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외국인 투자를 유인한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수입 제한에 맞서 현지에 공장을 지었다. 토머스 퓌레와 야니크 슈테게만의 연구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18년 사이 "관세 인상 1%p는 외국인 소유 기업의 현지 생산량을 평균 0.6% 증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제품 관세를 6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기업들이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를 서두르면서 FDI가 일시적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관세는 단기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은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하며,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미국의 평판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예측 불가능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은 기업들의 장기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미국 시장의 개방성과 안정성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신뢰가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FDI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인 '반짝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