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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제치고 희토류 정제 85% 장악...美, 원료 확보해도 처리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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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제치고 희토류 정제 85% 장악...美, 원료 확보해도 처리 난제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이나·그린란드서 광물권 확보해도 정제 기술 부족으로 중국 의존 불가피
2023년 1월 16일,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서스캐툰에 있는 바이탈 메탈에서 희토류 원광석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월 16일,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서스캐툰에 있는 바이탈 메탈에서 희토류 원광석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전 세계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가공할 능력 부족으로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4(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그린란드, 심지어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제트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광물을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WSJ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논의 중인 광물권 거래와 같은 협정을 통해 더 많은 광산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광물 대부분을 중국으로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약 12%를 채굴하고 있으나, 이 중 약 3분의 2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85%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광석을 희토류 자석으로 가공한 후 이를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희토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희토류 산업 컨설턴트인 존 오메로드(John Ormerod)WSJ 인터뷰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시추에만 집중하는 접근법)은 올바른 초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美 탈산업화로 광물 정제 능력 상실... 83%까지 점유율 확대


WSJ"미국의 정제 능력을 중국에 빼앗긴 것은 미국의 탈산업화가 어떻게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라이벌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컨테이너선, 특정 제약 성분 및 일부 공작 기계를 포함한 핵심 제품의 제조를 거의 중단했는데, 이는 해외, 특히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광물과 금속의 주요 정제국이었으나, 이후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바탕으로 정제 산업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정유 공장을 건설하는 비용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콜로라도 광산 학교의 모건 바질리안(Morgan Bazilian) 페인 연구소 소장은 "광석을 화학물질과 금속으로 가공하고 정제하는 미드스트림은 정말 중요하며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중국의 확대 노력 속도를 감안할 때 중국이 지배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지배력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코발트 무역 회사인 다튼 코모디티TM(Darton Commodities)에 따르면, 세계 6대 코발트 정제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이며, 방위 장비와 배터리에 필요한 세계 정제 코발트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865%에서 202483%로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니켈 채굴국인 인도네시아에 거대한 공장을 설립한 후 니켈 가공을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의회 합동 연설에서 "핵심 광물과 희토류 생산을 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역사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주 허가 간소화와 정부 자금 지원 확대를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광물을 포함해 신이 주신 미국의 모든 천연자원을 활용하겠다고 오랫동안 약속해왔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미국은 핵심 광물 가공을 장려하기 위해 미국 기반 기업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많은 프로젝트가 환경 및 허가 문제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중국 광물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연되어 왔다.

호주 희토류 업체 라이너스가 생산하는 프라세오디뮴 혹살한 등 희토류 제품들. 사진=라이너스 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희토류 업체 라이너스가 생산하는 프라세오디뮴 혹살한 등 희토류 제품들. 사진=라이너스

호주 희토류 기업인 라이너스(Lynas Rare Earths)는 지난 2023년 텍사스에 희토류 가공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국방부로부터 25800만 달러(3783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폐수 처리 관련 문제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설을 시작하지 못했다. 회사는 허가를 확보하기 위해 공장을 재설계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두고 2017년부터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을 운영하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는 점차 중국 정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희토류 금속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희토류 자석 제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F-35 제트 전투기 등 군사 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 생산이 성공하면 제너럴 모터스(GM)에 자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희토류 정광의 약 3분의 2가 여전히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지만, 국내 가공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