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 66%, "EU가 국가 보호 역할 강화해야" 촉구... 유로바로미터 역사적 지지율 기록

유럽 의회가 실시한 '2025년 겨울 유로바로미터 조사' 결과, 유럽 시민의 73%가 자국이 EU 회원국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1983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조사는 지난 1월 9일부터 2월 4일까지 27개 EU 회원국 전체에서 26,3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 안보 강화 요구 증가세
응답자의 66%는 EU가 글로벌 위기와 안보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0%는 이러한 보호 역할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증가했음을 인식했다.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은 EU에 대한 호의적인 견해를 가진 주된 이유로 평화 유지와 안보 강화에 대한 EU의 기여(35%)를 꼽았다. 또한, EU 시민들은 앞으로 EU가 집중해야 할 핵심 분야로 국방 및 안보(36%)와 경쟁력, 경제, 산업(32%)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러한 유럽 내 안보 강화 요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 회원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려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나는 나토가 5%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그것을 감당할 수 있지만, 2%가 아니라 5%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나토 회원국들이 2014년에 합의한 국방비 지출 목표인 GDP 대비 2%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대응
유럽의 안보 위기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됐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계기로 유럽의 집단 안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많은 관리들은 모스크바가 키이우를 지원하는 국가에 보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나토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16일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우리 대륙의 집단 안보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뿐인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냉전 이후 최저점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위기감 속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추가 국방비 지출을 위해 약 8,000억 유로(약 8,628억 달러, 약 1,264조 원)의 자금 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로베르타 메쏠라 유럽의회 의장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유럽인의 3분의 2는 유럽연합이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우리가 응답할 행동에 대한 분명한 요청"이라며 "유럽은 오늘 나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내일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향후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협상에 나서면 유럽의 집단 안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