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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트럼프노믹스, 모순 가득한 정책...립스틱 바른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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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트럼프노믹스, 모순 가득한 정책...립스틱 바른 돼지"

관세 올리고 세금 깎고...상충하는 정책 목표, 경제 원리와 '엇박자'
"환율 상승·재정 악화 부추겨 적자 확대"...기술관료들, 실현 가능성에 '회의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트럼프노믹스'가 관세를 올리는 동시에 세금을 깎는 등 정책 목표가 상충하며 경제 원리와 엇박자를 내는 모순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트럼프노믹스'가 관세를 올리는 동시에 세금을 깎는 등 정책 목표가 상충하며 경제 원리와 엇박자를 내는 모순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심각한 내부 모순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현지시각) 마틴 울프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인 무역 적자 해소와 그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서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주요 정책들이 무역 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수석 무역 고문 등은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보편적 고율 관세를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 중국산에는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2025년 말 시한이 도래하는 2017년 감세 조치의 영구화를 추진하고 있다.

FT는 이러한 정책 조합이 경제학적 기본 원리와 맞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무역 적자와 거의 동일)를 줄이려면 국내 총지출이 총생산보다 적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국내 총저축이 국내 총투자보다 많아야 한다. 미국은 수십 년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3%에 달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해왔다. 민간 부문의 잉여 저축이 막대한 정부 재정 적자를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세·관세 '엇박자'...경제 기본원리와 충돌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연장 추진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해당 감세 조항 연장 시 2025-2034년간 재정 적자가 38000억 달러(GDP1.1%)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재정 적자 확대는 경상수지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보편적 관세 역시 무역 적자 해소 효과가 불확실하다. 표준 경제 분석에 따르면 관세는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유발해 효과가 상쇄되는 경향이 있다. 수입품 국내 가격은 오르지만,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국경 가격이 낮아지고 수출품 외국 가격은 높아진다. 실질 환율 상승이 관세의 보호 효과를 상쇄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보복·환율 변수...예측불허 '파급 효과'

다른 변수들도 고려해야 한다. 관세 수입이 감세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불확실하다. 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는 거의 확실시되며, 세계 무역 위축과 투자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달러 강세는 더욱 심화된다. 트럼프 정책이 야기할 혼란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도, 반대로 미국 경제 신뢰도를 낮춰 달러 약세를 가져올 수도 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관세 조합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보다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재정 적자 확대와 달러 강세 압력이 주된 이유다. 그렇다면 라이트하이저 고문 등 트럼프 측근들은 어떻게 이 정책 조합이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 것인가?

FT는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들이 거시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명확한 작동 모델이 없거나, 무역 전쟁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 절상과 시장 개방을 강제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 기대를 가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혹은 단순히 적자 자체보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강하게' 보이는 것을 중시할 수도 있다고 FT는 짚었다.

FT는 트럼프노믹스가 경제 목표 달성 측면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비현실적인 제안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본질적으로 결함 있는 정책(돼지)을 그럴듯하게 포장(립스틱 바르기)하는 격이라는 비판이다. 기술관료적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정책들이 어떻게 목표한 거시경제 조정, 특히 무역 적자 축소를 달성할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