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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기차 산업, 미국 25% 관세로 '위기'..."4년간 30배 성장" 성과 물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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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기차 산업, 미국 25% 관세로 '위기'..."4년간 30배 성장" 성과 물거품 우려

트럼프 "4월 2일부터 발효"...멕시코 자동차 수출 80%가 미국행
BYD EV 돌핀 미니(Dolphin Mini)는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가 2024년 2월 28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저가 EV 출시를 발표하면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BYD EV 돌핀 미니(Dolphin Mini)는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가 2024년 2월 28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저가 EV 출시를 발표하면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급성장세를 보이던 멕시코 전기차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역 정부의 자구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긴장이 주요 전기차 제조 허브로 부상하려는 멕시코의 야망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멕시코산 차량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42일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조건을 충족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한 달간 예외를 적용한 후 관세가 부과된다.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는 지난 28(현지시각) 멕시코의 전기차 제조 부문은 지난 4년 동안 30배 성장했으며, 멕시코 자동차 수출의 약 80%가 미국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번 관세 조치는 그동안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관세 부과는 멕시코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클러스터 인더스트리얼(Cluster Industrial)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약 206900대의 전기차가 생산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증가한 수치다.

◇ 누에보레온 등 주 정부 자구책 마련... 세금 감면·재정 부양책 시행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 각 지방정부는 관련 산업 보호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텍사스 국경 건너편에 위치한 누에보레온 주는 테슬라에 자재와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70개 이상의 회사가 있는 곳으로, 멕시코 전기 모빌리티 공급망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누에보레온 주지사 사무엘 가르시아(Samuel Garcia)는 이달 초 미국과 멕시코 대통령 간 관세 관련 외교적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닥쳐올 경제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가르시아 주지사는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과 재정 부양책을 발표하고, "메이드 인 누에보레온(Made in Nuevo Leon)"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소비를 촉진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대체 시장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 주에서도 포드 자동차가 지난해 전기차 공장에 27300만 달러를 투자한 가운데, 2월에 유사한 보호 계획을 발표했다. 푸에블라 주지사도 최근 정부가 지역 폭스바겐 공장에서 약 500대의 차량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에보레온 주 최고의 자동차 산업 회의소인 클러스터 오토모트리즈 데 누에보레온(Cluster Automotriz de Nuevo Leon)의 사무총장 마누엘 몬토야(Manuel Montoya)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신규 투자와 현재 진행 중인 투자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몬토야 사무총장은 미국이 전기차를 포함한 멕시코 자동차 수출의 거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시장도 이를 만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관세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 정책 전환도 타격... 중국 업체 유치도 난항


멕시코 전기차 산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관세의 위협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를 종료하고,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연방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을 일시 중지하며,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의 전기차 연구 센터(Electric Vehicle Research Center) 소장인 길 탈(Gil Tal)은 레스트 오브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로 전기차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탈 소장은 "단순히 기존 기술로 같은 자동차만 계속 생산하는 것보다 전기차 같은 신기술에 투자할 때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산업 단체인 코아우일라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Cluster de la Industria Automotriz de Coahuila)의 회장 루르데스 코보스(Lourdes Cobos)는 레스트 오브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부분적으로 미국에 공급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보스 회장은 "생산량은 관세의 위협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평소와 같은 비즈니스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는 신차 판매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에 눈을 돌리고 있다. JAC 모터스는 국내 시장을 겨냥한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SAICMG 모터는 지난해 멕시코에 제조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르시아 주지사는 작년에 BYD 아메리카스의 CEO인 스텔라 리(Stella Li)와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이달 초 중국은 자국의 기술이 미국에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BYD 공장에 대한 승인을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한편, 멕시코 자동차 산업 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가 "멕시코 국민들의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빼앗게 될 것"이라며 "실업 증가로 인해 멕시코 정부가 현재 퇴치하려 노력하고 있는 범죄 조직들이 오히려 세력을 확장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