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폭탄 관세 현실화될까?
업계 "소비자 피해 불 보듯...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업계 "소비자 피해 불 보듯...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음식칼럼니스트 렐라 런던은 지난 27일(현지시각)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상담 자리에서 세계 최고봉의 화이트 와인, 퓔리니-몽라셰를 대접하여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런 수법은 이제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퇴근길에 꼬뜨 뒤 론(Côtes du Rhône)의 가성비 좋은 와인 한 병을 사서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도 쉽사리 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가능성이 미국 와인 시장에 미칠 심각한 타격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부과를 "미국의 와인 및 샴페인 사업에 엄청난 일이다"라고 자평하며 미국산 와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해당되는 명칭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오류를 내포한다. 더욱이 그의 주장은 "미국산 와인을 세계 시장에서 고립시키면 미국의 와인 산업이 어떻게든 강화될 것"이라는 위험하고 근거 없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대해 런던은 "그렇지 않다. 생산자에게도, 음식점에게도, 소매업자에게도. 물론 소비자에게도 마찬가지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 미국 와인 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
런던은 이번 관세가 미국 와인 생산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겉으로는 유럽산 와인의 가격을 폭등시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산 와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보호주의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제 미국 와인 산업은 수입업자, 유통업자, 레스토랑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생태계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EU산 와인 수입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오히려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리노이주의 중규모 유통업체가 자연주의 와인 가게를 위해 보졸레, 캘리포니아주의 피노, 그리고 오리건주의 작은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펫낫(내추럴 와인)을 들여온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와인 유통망의 대부분은 이러한 중규모 유통업체가 차지하고 있으며, 폭넓은 상품을 취급함으로써 경영이 성립된다. 들여오는 와인의 절반에 갑자기 200%의 관세가 부과되면 그들의 이익률은 붕괴할 것이다. 그 유통업체가 폐업하게 되면 미국 생산자에게도 중요한 거래처를 잃게 되는 것이다"라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유통망 붕괴의 현실적인 위험성을 강조했다.
◇ 소비자 부담 가중 및 무역 보복 가능성
뿐만 아니라 런던은 높은 관세가 와인 업계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무너뜨리고, 결국 소비자와 소믈리에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카고나 찰스턴의 소믈리에에게 그들이 엄선한 샴페인 한 병의 가격이 3배가 되었다고 말하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와인 리스트를 축소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게 된다. 둘 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며 고급 와인 시장의 위축을 우려했다.
와인 애호가들 역시 가격 급등으로 인해 EU산 와인 대신 미국산 와인을 구매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와인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기적인 미국산 와인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생산자를 포함한 와인 산업 전체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런던은 이미 미국 와인 산업이 젊은층의 소비 감소, 내수 부진, 재고 과잉,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차질,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2020년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인해 막대한 양의 와인 재고가 피해를 입었고, 연기로 인해 못 쓰게 된 수많은 포도도 폐기되었다. 상황은 지난달 산불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고관세 정책은 "경솔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유사한 관세 부과 정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점도 런던은 지적했다. 그는 "제1차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에 알코올 도수 14% 미만의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산 비발포성 와인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 미국 수입업자들은 비용 절감이나 출하 완전 중단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업체들이 인원을 감축하고 폐업한 곳도 있었다. 미국 와인 산업은 높은 관세로 인해 생긴 틈새에서 마법처럼 번성할 수 없었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관세는 2021년에 철폐되었다"라며 과거 정책 실패 사례를 통해 이번 관세 부과 시도의 문제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 거론되는 관세는 부르고뉴나 바롤로와 같은 고급 와인뿐만 아니라 "한 병에 12달러(약 1만 7618원)의 피크풀 드 피네나 15달러(약 2만 2023원)의 몬테풀치아노, 길거리 오이스터 바에서 인기 있는 프로세코 등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저렴한 EU산 와인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런던은 이러한 저가 와인 공급이 중단되거나 가격이 폭등할 경우, 소비자들은 나파 밸리의 고급 와인 대신 캔입 칵테일이나 맥주 등 다른 주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EU가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런던은 EU산 와인에 대한 관세 부과는 "거의 틀림없이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 버번을 비롯한 아메리칸 위스키와 미국산 와인이다"라고 경고하며, 이는 미국 농업 및 증류주 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렐라 런던은 "미국의 생산자, 소매업자, 소믈리에, 소비자 모두 취약하고 상호 의존적인 생태계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인이 이 생태계 속에서 목소리를 높여 증세에 순응하거나 관세 인상으로 벽을 쌓는 것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자살 행위이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인위적인 관세 장벽 대신 투자 확대, 회복력 강화, 고객 확보, 유통 인프라 개선, 지속 가능한 농업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미국산 와인이 당당히 최고 품질의 유럽산 와인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산 와인을 매장에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와 비견할 만한 지위를 구축함으로써 말이다"라며 관세와 같은 보호주의 정책이 아닌 품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만이 미국 와인 산업의 진정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