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美 정부 계약 佛 기업들에 다양성 정책 금지 행정명령 준수 서한 발송

지난 29일(현지시각) 로이터와 프랑스24, FT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 14173호 이행의 일환으로, 미국 정책의 치외법권적 적용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Les Echos)가 지난 28일 처음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파리 주재 미국 대사관은 "해당 연방 차별 금지법 준수에 관한 인증"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프랑스 기업들에 발송했다. 로이터는 이 서한의 사본을 입수했다.
르 피가로지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서한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173호, '불법 차별 종식 및 성과 기반 기회 복원'은 국적과 운영 국가에 관계없이 미국 정부의 모든 공급업체 및 서비스 제공업체에 적용된다"고 명시됐다.
서한은 또한 "5일 이내에 영어로 작성된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후 이메일로 보내 주실 것"을 요청했으며, "서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세한 이유를 제공해 달라"고 덧붙였다.
◇ 법적 충돌 우려... "프랑스-미국 법체계 차이" 기업들 딜레마
이번 미국의 요구는 양국 간 상이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실무적 변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 기업들은 인종과 민족 데이터를 추적하고 다양성 목표를 설정하는 DEI 정책을 채택해왔다. 반면 프랑스는 세속주의 원칙에 따라 이러한 관행을 제한하며,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는 법률을 두고 있으며 기업의 노력은 주로 성별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21년 법에 따라 직원 1,000명 이상 기업에 여성 평등 촉진을 요구하며,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서한의 요구사항을 준수하는 프랑스 기업이 자국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파리 소재 로펌 필드피셔의 미국 비즈니스 변호사 크리스토퍼 메스누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프랑스 기업들에게 자국의 법을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다"며 "프랑스 기업들은 이제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반하는 미국 노동법이나 연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메스누는 또한 "기업들이 그런 형식으로 그것을 받았다면, 그것은 공식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며 외교적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정부-경제계 반발... "美 간섭 용납 불가"
프랑스 대외무역부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부당한 관세 위협과 함께 프랑스 기업의 포용 정책에 대한 미국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며 "프랑스와 유럽은 그들의 사업, 소비자,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을 받은 기업 선정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에 사업장이 없는 프랑스 국영 통신그룹 오렌지(Orange)가 이 서한을 받은 반면,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방위전자회사 탈레스(Thales)와 석유기업 토탈에너지(TotalEnergies)는 받지 않았다고 회사 대변인들이 밝혔다. 오렌지는 논평을 거부했다.
프랑스 경제부는 "수십 개" 기업이 서한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했으나 최종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대사관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프랑스 경제단체 CPME의 아미르 레자-토피기 대표는 이 서한을 "프랑스 주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정치계와 재계 지도자들에게 단결을 촉구했다. 프랑스 노동연맹 CGT의 제라르 레는 정부에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나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어떤 정책도 채택하지 말라고 기업들에게 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에릭 롬바드 경제장관실은 이 서한이 "새 미국 정부의 가치를 반영한다"며 "그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장관은 미국 관계자들에게 그 점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관세와 안보 동맹 문제로 이미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과 유럽 간의 경제적, 정치적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전망이다. 다른 유럽 국가에 있는 외국 기업에도 유사한 서한과 설문지가 발송되었는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