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특혜 요구, 국제 조약과 '충돌'-파나마 운하청장 "모든 국가에 동등해야" 일축
미 국방장관 방문 앞두고 군사적 영향력 확대 논란도
미 국방장관 방문 앞두고 군사적 영향력 확대 논란도

미국은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서명한 조약에 따라 1999년 파나마에 51마일 길이의 운하를 이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며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미국 군대가 운하를 보호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운하 사용료를 과도하게 지불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파나마 운하는 군함의 배수량에 따라 통행료를 부과하며, 대형 군함은 약 4만 달러(약 5884만 원),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100만 달러(약 14억 7100만 원) 이상의 통행료를 지불한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 운하청장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것이 변경된다면 공정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특정 국기나 특정 해군에만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마 경제학자인 바스케스 청장은 2019년에 임명되었다.
바스케스 청장은 또한 "요금 변경은 투명하고 모든 이에게 동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하청 기록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24년까지 994척의 미국 군함과 잠수함이 운하를 통과하며 총 2540만 달러(약 373억 6340만 원)의 수입을 파나마에 제공했다.
바스케스 청장에 따르면 브라질, 캐나다, 칠레, 영국, 스페인 등 다른 국가의 해군도 운하를 이용하지만, 그 빈도는 훨씬 낮다. 그는 중국군은 운하를 이용하지 않지만 대만은 이용한다고 언급했다.
미 해군 함정은 다른 선박보다 먼저 운하에 진입할 수 있는 '우선 통행권'을 가지고 있다.
바스케스 청장은 "사업적으로는 우리에게 미미한 부분이지만, 원칙과 적법 절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조약을 위반했다는 어떤 구실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미 국방장관 파나마 방문 임박, 군사적 영향력 확대하나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4월에 파나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이민 및 마약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이 운하에서 군사적 주둔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바스케스 청장은 헤그세스 장관이 자유 통행 문제를 거론한다면 파나마 정부가 정치적 논의를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종 합의는 중립 조약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파나마는 운하 이양 시 운하가 어떤 국가에도 편향되지 않는 중립성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며, 조약은 미국의 운하 중립성 방어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가 통행료 대신 지불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바스케스 청장은 운하 이양 당시 미국도 군함에 대한 요금 부과에 동의했다며 "그것은 조약 자체에 명시된 약속"이라고 반박했다.
미주 협의회와 미주 협회의 워싱턴 사무소를 이끄는 에릭 판스워스는 "전 세계 군대에 대한 자유 통행이 미국은 물론 파나마도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인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 중국의 운하 영향력 확대 우려도 제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월 파나마를 방문했다. 이후 국무부는 미국 군함의 무상 통과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파나마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스워스는 루비오 장관의 방문이 일부 긴장을 완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이 운하를 통제할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홍콩 기반의 한 회사가 운하 양쪽 끝의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블랙록과 한 컨소시엄은 이달 초 홍콩 기업인 CK 허치슨으로부터 전 세계 43개 항구를 280억 달러(약 41조 188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의 일환으로 해당 항구들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계약이 회사의 사업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베이징의 압력으로 인해 CK 허치슨이 다음 주 예정된 계약 서명을 연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익명의 소식통은 배런스에 CK 허치슨과의 계약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실사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블랙록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CK 허치슨은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만약 이 계약이 무산된다면 중국이 파나마 운하 지역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판스워스는 운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통행료 협상을 위해 국방장관을 보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번 일의 결과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