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 소비가 경제의 절반 차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도미노 효과' 경계론 확산

미국 경제가 핵심 축을 담당하는 부유층의 소비 감소와 임박한 관세 정책 발표로 인해 침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 보너스가 사상 최대치인 475억 달러(약 70조 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배런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부유층의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관세 정책과 시장의 불안감 고조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을 "미국 해방기념일"로 지정하고 국가 차원의 관세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관세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투자자들에 충격을 주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각) 배런스는 보도했다. 이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계획을 확인한 연준 회의 직후 나온 발언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하락에 대비한 헤지에 나서고 있다. 미국 경제의 대용물인 iShares Russell 2000 상장지수펀드(ETF)의 옵션에서 약세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펀드의 소액 주식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미국 내 판매에서 벌어들이기 때문에 국내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한다.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과 풋 가격 상승을 예상하여 ETF에 대한 약세 풋옵션을 매수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중심 기업들을 부양할 것이라는 이전의 기대와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iShares Russell 2000 ETF의 주당 가격이 207.81달러(약 30만 6,000원)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이 ETF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방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달러에 풋옵션을 사고 192달러에 풋옵션을 파는 '베어 스프레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 ETF는 지난 1년간 최저 191.34달러에서 최고 244.98달러 사이에서 변동해왔다.
시장에서는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트럼프 도미노 트레이드'라는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전략은 먼저 주가 하락에 대비한 보험성 옵션(풋옵션)을 매수하고 주식을 공매도한 후, S&P 500 지수 선물을 대량 매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시장 전체가 급락하는 효과가 나타나 풋옵션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른 투자자들이 시장 붕괴가 임박했다고 오해하게 만들어 공포감을 유발하는 전략이다.
◇ 부유층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배런스는 지난 28일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비자 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부유층의 소비 패턴이 미국 경제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가 언급했듯이 "매우 부유한 사람들은 당신과 나와는 다르다"는 말이 경제적으로도 유효한 것이다.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12년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의 최근 수치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재는 2025년 내내 S&P 500 지수 섹터 중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인 그룹으로, 임의소비재 선택 SPDR(티커: XLY)은 연초부터 9.36%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득 상위 10%가 전체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아버 데이터 사이언스(Arbor Data Science)는 상위 1%의 지분 보유가 2020년에서 2024년 사이에 두 배 증가한 18조 달러(약 2경 640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 다음 19%의 주식 보유 가치도 같은 기간 동안 10조 4천억 달러(1경 5000조 원)에서 22조 5천억 달러(3경 3000조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뉴욕주 감사관 토마스 P. 디나폴리(Thomas P. DiNapoli)는 금융 부문의 보너스가 34% 증가한 475억 달러(약 69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코로나 이후 회복 기간인 2021년에 세운 이전 기록인 427억 달러(약 63조 원)을 넘어선 수치다. 작년 보너스는 평균 244,700달러(약 3억 6000만 원)에 달했다.
디나폴리는 뉴스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처분 소득이 더 높은 사람들은 사우샘프턴, 웨스트햄프턴, 몬탁 및 기타 지역에서 여름 임대를 위해 식당에 가거나 집, 보트, 보석 또는 기타 사치품을 구입하는 등 많은 돈을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최근 주식 시장의 조정은 부유층의 지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젠버그 리서치(Rosenberg Research)의 데이비드 로젠버그(David Rosenberg)는 2월 개인지출 및 물가 데이터에서 "많은 수사슴과 많은 인플레이션"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PCE 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여 컨센서스인 0.3%를 상회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1월의 2.7%에서 2.8%로 상승했다.
루스홀드 그룹(Leuthold Group)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더그 램지(Doug Ramsey)는 주식 시장의 총 밸류에이션이 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램지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실질 투자금은 3월 27일까지 12개월 동안 실질 기준으로 5.7% 상승했지만, 이는 2024년 10월까지의 12개월 동안 33.4% 상승했던 것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 모든 상황은 미국 경제가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초부유층이 소비를 줄이면 파티 텐트 임대와 케이터링 직원 고용이 감소하는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른바 "흘러내림 효과"가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