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반유럽주의 강화를 보여주는 백악관 유출 메시지에서 밴스 "유럽 구제 싫다"
트럼프 취임 후 유럽 지도자들 외교적으로 홀대 받아
트럼프 취임 후 유럽 지도자들 외교적으로 홀대 받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현지시각) JD 밴스 부통령이 메시징 앱 시그널에서 "유럽을 다시 구제하는 것이 싫다"고 언급한 메시지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메시징 앱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당신(밴스 부통령)의 혐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심하다"고 화답했다.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이 우연히 접근한 이 대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유럽주의(Anti-Europeanism)의 명백한 증거를 제공했다. 이는 유럽의 반미주의(Anti-Americanism)에 대응하는 거울상으로, 고정관념과 캐리커처에 기반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후 두 달 만에 EU에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는 동맹국 방어 약속을 약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초 "그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면, 그들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군대를 100% 지불하고 있고,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외교적 홀대도 경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개적 질타를 받았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대서양을 건너 왔으나 10분만 면담했으며, EU 외교정책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루비오 국무장관의 영접조차 받지 못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확대된 동맹 균열..."미국은 화성, 유럽은 금성" 대비 심화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럽주의는 단순한 국방비 분담 논쟁을 넘어 이념적 차원의 문화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역사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그들이 '유럽'이라고 말할 때, 자유주의적 유럽을 의미한다"며 "이는 주로 국내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싸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케이건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인은 화성에서 왔고, 유럽인은 금성에서 왔다"는 구절로 양측의 차이를 포착했었다. 당시 유럽은 규칙과 다자간 기구에 의한 세계를 믿는 반면, 미국은 국제 관계의 무정부적 성격을 인식한다는 의미였다고 WSJ는 설명했다.
MAGA 공화당원들은 유럽을 높은 세금과 개방된 국경을 선호하는 진보적 지역으로 인식하며, 미국 내 진보 성향 지역의 연장선으로 본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 정부들이 이민과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했으며, 이달 초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유럽은 문명적 자살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무타바 라만은 "트럼프 행정부는 브뤼셀에서 권력이 빠져나간 강력한 민족 국가를 선호하며, 동등한 MAGA 유형의 동맹국이 권력을 잡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고 WSJ에 말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나 독일 극우정당 AfD와 같은 유럽 민족주의자들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건은 "푸틴에 대한 호의는 그가 반자유주의적 세계 지도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 지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 방문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밴스가 옹호하는 가치와 유럽 국가들의 가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며 "그들은 자유를 옹호한다고 주장하지만, 행동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고 이 매체는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