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월급 3배 상승, 전사자 보상금 2억 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지방도시 경제 호황

FT가 분석한 러시아의 채용 공고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8개 지방 지역에서 소매업 및 접객업 일자리 광고가 2024년 1월·2월에서 2025년 1월·2월까지 대폭 증가했다. 특히 펜자 지역은 약 133%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하바롭스크는 약 70%, 카바르디노-발카리아는 60%, 튜멘은 41%, 아디게야는 36%, 이르쿠츠크와 한티만시스크는 각각 33%, 키로프는 25%의 성장을 기록했다.
러시아 국가통계청(Rosstat) 자료는 더욱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실업률은 2021년 4.3%에서 2024년 겨울 2.4%로 하락했다. 이는 푸틴 정부가 국방 부문과 보조 산업 현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인력 충원을 위해 파격적인 보상책을 제공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쟁은 어떤 면에서는 큰 평등 장치"라고 독일 국제 안보 문제 연구소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평화 시에는 전망이 별로 없는 사람들,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불우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줍니다."
◇ 전쟁 보너스, 지방 소비시장 급성장... "네일숍·체육관까지 문전성시"
러시아 중부 공화국 마리 엘(Mari El)은 신입 군인을 위한 초봉으로 300만 루블(약 5200만 원)을 제공하는데, 이는 이 지역 연봉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러시아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불우한 공화국의 명목 소득은 2021년 12월부터 2024년까지 거의 80% 증가한 반면 모스크바는 약 60% 증가했다.
전사한 병사들에 대한 보상금도 가계 소득을 급증시키는 요인이다. 한 미망인은 소셜미디어에 남편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 1,200만 루블(약 2억 원)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공유했다.
러시아의 시장 분석 그룹인 콘텐츠 리뷰의 책임자 세르게이 폴로브니코프는 FT에 "군대의 지불금은 엄청나기 때문에 이전에는 고급 스마트폰을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지금은 쉽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득 증가는 지방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졌다. 슈메를랴(Shumerlya) 마을의 한 여성은 FT에 "거의 모든 여성들이 이제 매니큐어를 받고 있으며, 주변에 더 많은 네일 전문가가 생겨났다"며 "우리 마을에 개인 반려견 미용 서비스까지 생겼는데, 이제 그것이 진정한 지표"라고 말했다.
◇ 소매업체들의 지방 진출 러시... "고금리·인플레이션에도 소비 증가"
러시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21%로 인상했음에도 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소비자 물가는 2023년 7.4%에서 지난해 9.5% 상승했다.
체복사리(Cheboksary)의 한 주민은 익명을 요청하며 FT에 "요즘에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30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일부 고급 레스토랑은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은 좋지만 아파트나 차를 살 수 없어서 질 좋은 식료품이나 외식에 돈을 쓴다"고 덧붙였다.
전자제품 소매업체 M.비디오-엘도라도는 지난해 카치카나르, 솔리캄스크, 볼쥐스크 등 25개 신규 지역에 100개의 매장을 열었는데, 이 모든 도시는 러시아 중부 산업 중심지에 위치한 인구 10만 명 미만의 소도시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마켓 체인을 소유한 X5 그룹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대체 무역 경로가 발달하면서 극동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슈퍼마켓 퍄테로치카(Pyaterochka), 패스트푸드 체인 로스틱스(Rostic's)도 지방 도시에서 활발히 직원을 모집 중이다.
피트니스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러시아 쇼핑센터협회 대변인 미하일 리차고프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을 위해 쓸 돈이 있으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 회원권이 최대 70달러인 체육관 체인 스피릿 피트니스는 지난해 우랄 도시 첼랴빈스크에 새 지점을 오픈했다.
한편, 핀란드 중앙은행(Bank of Finland)의 전환기 경제연구소 로라 솔란코는 "러시아의 전쟁이 끝나면 군인들이 가장 먼저 수입을 잃겠지만 지역 경제의 일부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며 "대외 무역의 지형 변화로 혜택을 받는 지역들이 빨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