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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지진 사망자 2천명 돌파, 군부 정권 존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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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지진 사망자 2천명 돌파, 군부 정권 존립 위기

"사망자 1만명 이상 우려"... 만달레이 등 군부 핵심 지역 강타
구조대원들이 3월 3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로 무너진 건물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구조대원들이 3월 3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로 무너진 건물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자연재해가 정권 교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 미얀마에서 다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반군과의 내전으로 이미 취약해진 미얀마 군부가 이번 대규모 지진으로 통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0(현지시간)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강력한 지진이 이미 수년간의 반란과 경제적 고립으로 압박받고 있는 군사 정권에 심각한 도전을 안겨주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번 지진으로 최소 2,028명이 사망하고 3,408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초기 모델링에 따르면 사망자 수가 1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경제적 손실이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의 가치를 능가할 수 있다고 한다. 주말 내내 여진이 계속됐고, 일요일에는 만달레이 북쪽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미얀마의 중심부인 만달레이 시 인근을 강타했는데, 이곳은 수백 년 된 불교 교육의 중심지이자 약 12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곳이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군부의 중요한 권력 중심지로, 지진은 수도 네피도의 사원, 다리, 도로를 무너뜨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잔해 아래 갇히게 했다.
◇ 군부, 중국·러시아·인도 등에 국제 원조 호소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은 국제 원조를 호소하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중국, 러시아, 인도, 유엔에서 온 구조대원들이 담요, 수색견, 야전병원용 침대, 드론 등을 가지고 미얀마로 파견됐다.

정책 싱크탱크인 미얀마 평화안보연구소(Myanmar Institute for Peace and Security)의 민 조 우(Min Zaw Oo) 소장은 "종교와 미신을 믿는 미얀마 사람들은 이번 지진을 군부의 실정에 대한 하늘의 응징으로 여길 수 있으며, 이는 군부의 지지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난은 군부와 반군 간 갈등의 진로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독립적인 감시 단체에 따르면 현재 군부는 미얀마 영토의 절반 미만을 통제하고 있다. 중앙 평원과 도시들은 대부분 군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험준한 국경 지대는 반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반군은 만달레이 인근과 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가잉 일부 지역까지 진격했다.

쿠데타로 축출된 정치인들로 구성된 그림자 정부인 미얀마의 민족통일정부(NUG)는 구조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전투를 2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NUG의 대변인 키아우 자우(Kyaw Zaw)는 재난 이후 군부군이 두 차례의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 사태 재현될까

이번 상황은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 8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유엔은 13만명 이상 사망 추정), 당시 미얀마를 통치하던 군사 정권은 몇 주 동안 국제 원조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의 권력 강화를 위한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그러나 재난의 규모가 너무 커서 결국 당시 군부는 유엔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2015년 미얀마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치러진 민주 선거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미얀마 조사관 조 프리먼(Joe Freeman)"군부는 지금까지 원조를 공평하게 분배한 적이 없다""병원을 폭격하고 구호 활동가들을 체포해 온 정권이 과연 제대로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인권 옹호 단체인 미얀마 특별 자문 위원회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유엔 인권 특사인 이양희는 "국제 원조단체들은 군부뿐 아니라 민족통일정부와 반군 지도자들을 통한 구호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미얀마 선임 고문인 리처드 홀시(Richard Horsey)"현 시점에서는 구호 자원을 신속히 동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향후 발생할 문제들은 그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