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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 주식 대신 금에 '올인'...불안한 경제에 안전자산 선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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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 주식 대신 금에 '올인'...불안한 경제에 안전자산 선호 뚜렷

인도 증시 부진에 금 ETF 투자 열풍...연초 이후 16% 상승하며 고수익
고금리 시대, 금 담보 대출 급증...가계 빚 증가 우려도 제기
인도인들은 국내 주식 시장의 침체 이후 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 붐이 구매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인들은 국내 주식 시장의 침체 이후 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 붐이 구매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에서 주식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주식 시장 외면, ETF로 자금 이동

인도 뮤추얼펀드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 금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시점에 인도 금 ETF에는 각각 375억 루피(6441억 원)198억 루피(3400억 원)의 순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불안정한 주식 시장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화된 결과다. 제로다 자산운용의 비샬 자인 최고경영자는 "역사적으로 인도인들은 금에 대한 애착이 강했으며, 많은 이들이 투자 목적으로 금 ETF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금협회 자료를 보면 인도의 금 ETF 보유량은 전 세계의 2% 수준이지만,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금 투자국이다. 세계금협회의 카비타 차코 인도 리서치 책임자는 "금 장신구 형태에서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세계금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속적인 글로벌 및 국내 경제,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남는 현금을 금 ETF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 50 지수는 연초 대비 0.5% 하락한 반면, 금은 같은 기간 16% 상승하며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뭄바이 소재 메탈스 포커스의 하샬 바로트 수석 연구 컨설턴트는 "인도 주식 시장의 약세가 투자자들이 ETF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고공행진하는 금 가격, 담보 대출까지 활성화

이달 들어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4407900)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 가능성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감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 보유량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도 내 금 ETF의 누적 운용 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전체 뮤추얼 펀드 운용 자산의 약 1%를 차지했다. 뭄바이 시내에서는 금 ETF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준도시 및 농촌 지역의 인도 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저축을 금 장신구 형태로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금괴와 금화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현재 인도인들이 보유한 금은 약 25000톤에 달한다.

금 가격 상승에 따라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금 담보 대출은 20244월부터 올해 2월까지 74.4% 증가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14% 증가율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메탈스 포커스의 치라그 셰스 컨설턴트는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금 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금 담보 대출 신청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이 경기 둔화 속에서 소비를 위한 차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규제 당국은 금 가격 하락 시 마진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금 가격은 인도 전체 금 수요의 약 70%를 차지하는 장신구를 중심으로 실물 금 수요를 다소 위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금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23억 달러로, 2024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금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금 ETF 투자가 급증한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주식 이탈, 인도 정부의 신규 국채형 투자 상품 발행 부재, 그리고 금 ETF를 포함한 멀티에셋 펀드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세계금협회의 카비타 차코 인도 리서치 책임자는 "금 가격의 상승 모멘텀과 강세 심리가 투자 관심과 ETF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