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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악당 격려장'...흔들리는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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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악당 격려장'...흔들리는 세계 질서

미국 패권 약화 속 독재자들 활개...국제사회 우려 증폭
에르도안-네타냐후-푸틴...트럼프 지지 등에 업고 '폭주'
전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패권 약화 속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의 독재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잇따라 '폭주'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패권 약화 속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의 독재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잇따라 '폭주'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전례 없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30(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민주적 규범을 훼손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를 꺼리는 행보를 보여 국제적 감시와 책임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효과'...힘 얻는 독재자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국내외적으로 권력을 강화해 왔다는 평가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매하고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민병대를 공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 대신 오히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인 태도 속에서 더욱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 질서를 더욱 적극적으로 흔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안 지구 정착촌 건설 확대와 가자 지구 공격 감행 등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행동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미국의 오랜 중동 정책을 뒤집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집권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 아래 '마약과의 전쟁'을 강행하며 심각한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마약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후 더욱 강압적인 방식으로 마약 단속을 추진했다.

◇ 민주주의 후퇴 가속화 우려

이러한 사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전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인 태도는 독재자들이 자국 내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국제 사회 규범을 무시하는 것을 더욱 쉽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일부 인사들은 이들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지지와 옹호는 이러한 우려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결국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향후 미국의 외교 정책 변화는 불확실하지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전 세계 독재자들에게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국제 사회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