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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군함 제로' 미국 제조업, 중국에 500배 뒤처져...안보마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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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군함 제로' 미국 제조업, 중국에 500배 뒤처져...안보마저 위협

벼랑 끝 몰린 미국 제조업, '중국 쇼크' 현실로 다가오나
반세기 공백 메우기 '요원'...미국 산업 전략 대전환 '경고등'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제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군함을 만들 수 없는 나라'라는 오명 속에 중국과의 격차가 무려 500배 이상으로 벌어지며 안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미국 제조업은 '중국 쇼크'라는 현실에 직면했고, 반세기에 달하는 산업 공백을 메우기는 요원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제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군함을 만들 수 없는 나라'라는 오명 속에 중국과의 격차가 무려 500배 이상으로 벌어지며 안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미국 제조업은 '중국 쇼크'라는 현실에 직면했고, 반세기에 달하는 산업 공백을 메우기는 요원해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방위 산업이 자국과 동맹국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전기차(EV),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흔히 이 분야의 주역으로 일론 머스크와 같은 미국 기업인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하이테크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의 마지막 해를 맞았지만, 이미 EV, 태양광 패널, 차량용 배터리, 드론 등 다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석권했다고 닛케이가 지난 31(현지시각) 보도했다.

'500배 격차' 현실로...미국 조선업의 위기


최근에는 EV의 핵심 부품인 파워 반도체, 한국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소니 그룹이 개발한 CMOS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도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인 창장춘추커지(YMTC),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지청뎬루제자오(SMIC), 반도체 장비 업체인 베이팡화촹커지지퇀(NAURA) 등의 인지도는 일본 내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국제단체 SEMI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414%에서 202323%로 상승했으며, 2027년에는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산업 경쟁의 판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이전 심화...미국 산업 공동화 '가속'


미국 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조업 부활을 외쳤던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공급망과 반도체 생산의 국내 복귀를 추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미국의 현실을 더욱 부각시켰다. 전쟁에 투입된 무기 중 상당수가 중국산 드론이었지만, 미국의 생산 능력 부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미사일 공급조차 어려웠던 상황이다.

미국 연구기관과 언론에서도 관련 분석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예일대학교의 마이클 브린즈 강사는 2023년 포린 어페어스誌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방위 산업은 자국과 동맹국의 광범위한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데이터로 뒷받침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2024년 기사에서 '군함을 만들 수 없는 미국'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경고했다. 미·중 산업 전문가인 중국문제글로벌연구소의 엔도 호마레 소장(쓰쿠바 대학 명예 교수)"미국의 선박 생산력은 이미 중국에 500배 이상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 통계와 업계 조사를 종합한 결과다. 미국 조선업의 쇠퇴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레이건 행정부가 1981년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해외 이전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 더 이상 못 이긴다"...미국 산업계 '백기 투항'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에 조선 기술 이전을 제안하려 했으나, 일본 민간 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무산됐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형 군함 건조 경험이 없을뿐더러, 30년 단위의 사업 주기에 대한 채산성과 지속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두꺼운 철판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조선업의 경시는 US스틸을 비롯한 미국 철강 산업의 침체를 가속화시켰다.

반면 중국은 1990년대부터 철강업, 해운업, 항만업을 연계하여 조선업 육성에 힘썼고, 30년 이상의 노력 끝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조선국' 설치 계획을 발표하며 조선 기술 부활과 철강 산업 재건 의지를 밝혔지만, 약 반세기에 달하는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한 정치적 개입에서 보듯, 미국의 의지와 실제 정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군사 기술의 지형 변화는 민생 기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와 하이테크 제품의 경쟁력 강화는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 격차' 심화...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굴욕'


EV 제조업체 비야디(BYD)는 미국 테슬라와 일본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휘발유 차 중심으로 자동차 정책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차량용 배터리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저렴한 EV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업체에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자체 운영체제인 '훙멍(Harmony) OS'가 중국 내에서 미국 애플의 'iOS' 점유율을 넘어섰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중국 신흥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는 결국 중국산 AI 기술의 고도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R1'의 개발비 논란이 있었지만,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개발 비용이 수십 분의 1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 재검토' 시급...미국 산업의 생존 기로


조선업 생산 능력 500배 격차, AI 기술력 수십 분의 1 수준. 기술 유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미국의 정책이 중국 하이테크 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하이테크 산업 경쟁력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당국이 중국 산업의 성장세를 제대로 파악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일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 전반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과의 속도 차이는 명확하지만, 일본 기업들에서는 위기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중국은 2025년 이후에도 공급망의 완전한 자국 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 산업계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재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