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바로미터' 구리 가격 급변...미국 관세 폭풍에 예측 불허
공급망 혼란, 사재기 수요, 차익 거래까지...시장 왜곡 심화 우려
공급망 혼란, 사재기 수요, 차익 거래까지...시장 왜곡 심화 우려

지난 1일(현지시각)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구리까지 관세 부과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에는 무역확대법 232조에 의거한 조사를 상무부에 지시했으며, 270일 이내에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더욱이 지난 3월 25일, 블룸버그 통신은 구리 수입에 대한 관세가 '수주 이내'에 발동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번 조사는 미국 백악관이 구리를 국방부가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소재라는 점을 들어, 안보상의 위협 가능성을 이유로 시작되었다. 구리는 높은 전도성 덕분에 전선, 전자 부품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다. 제조업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이 수입에 45%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를 인상할 경우,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관세發 시장 혼란, 수급 불균형 심화
이미 시장에서는 혼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뉴욕 선물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런던 금속 거래소(LME) 현물 가격과 뉴욕 시장 근월물을 비교했을 때, 연초부터 미국 시장의 구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는 가격 차이가 1400달러 수준까지 벌어졌다. 이는 약 15%의 관세율을 미리 반영한 수치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격 차이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관세 인상 전에 수입을 서두르는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5월에 관세가 부과된다고 가정했을 때, 4월 구리 수입량이 평소 월평균 6만~7만 톤에서 20만 톤으로 급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미국은 구리 스크랩의 주요 수출국이지만, 국내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스크랩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스크랩 수입국들은 부족분을 정련된 구리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며, 씨티그룹은 "4~6월 기간 동안 구리 가격의 하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닥터 쿠퍼' 진단 불신 시대...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폭
현물 시장의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선물 시장에서는 런던 시장의 저가 구리를 매수하고 뉴욕 시장에서 고가에 매도하는 차익 거래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차익 거래로 인해 런던 시장의 구리 가격 역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HSBC의 폴 브록섬 씨는 "'닥터 쿠퍼'는 감기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며 "이제 '박사'의 진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잇따른 관세 부과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관세 보복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결국 구리 가격도 세계적인 생산 활동 둔화를 반영하며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닥터 쿠퍼'의 감기가 언제 나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구리 시장과 같은 시장의 가격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상호 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시장이 경제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