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불안부터 ESG 압박까지...기업의 위기 대응 시나리오
데이터 기반 예측과 선제적 전략만이 불확실한 시대의 해법
데이터 기반 예측과 선제적 전략만이 불확실한 시대의 해법

지난 1일(현지시각) 해운 분석 플랫폼 제네타(XENET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24년에 유럽 화주(shipper)의 76% 이상이 공급망 혼란을 경험했으며, 거의 4분의 1은 20건 이상의 혼란을 겪었다. 이는 2025년에도 유사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기업들의 선제적인 위험 관리 전략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 격랑의 2025년, 공급망을 위협하는 10대 리스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위기, 사이버 공격 증가, 미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 그리고 민족주의와 보호주의 확산 등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불안정은 공급망에 전례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 제네타 데이터에 따르면, 과거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으로 중국-미국 서부 해안 주요 무역로의 평균 현물 운임이 70% 이상 급등한 사례는 이러한 위험의 파괴적인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보고서는 기업들이 지역 중심의 공급망으로 전환하거나, '더 안전한' 지역으로 물량을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공급업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지수 연동 계약을 활용하여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전략으로 강조된다. 다만, 제네타는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별개로 기업 스스로 더욱 엄격한 수준의 규정 준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주요 최고 경제학자들의 56%가 2025년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를 예상하며, 개선을 전망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경제 불안정은 지정학적 불안정과 맞물려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며, 이는 공급망에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된다.
특히 항공 화물 시장 변동성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 발 미국 행 항공 화물에 대한 미국의 소액 면세 기준 일시 폐지로 인해 중국-미국 간 평균 항공 화물 현물 운임은 2025년 3월 9일 주까지 최고치 대비 거의 50% 급락했다가 2주 만에 20% 이상 급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제네타의 에밀리 스타우스뵬(Emily Stausbøll) 수석 분석가는 "이처럼 복잡한 시장에는 단일한 '최적의 솔루션'이 없으며, 각 화주가 자신의 공급망을 이해하고, 위험을 평가하며, 데이터를 활용하여 통찰력을 얻고 증거 기반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민첩한 조달 전략, 공급업체 다각화, 기존 공급업체와의 관계 강화, 그리고 필요시 재고 확보 등을 경제 불안정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제시한다.
◇ 기술 혁신과 ESG 경영의 파고
가트너(Gartner)는 생성형 AI가 2028년까지 모든 물류 KPI의 거의 25%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하며, 리서치 앤 마켓츠는 AI가 공급망 효율성을 45% 향상시킬 것으로 예측한다. 맥킨지(McKinsey)는 디지털 트윈 시장이 2032년까지 최대 1500억 달러(약 219조 945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AI와 신기술은 공급망 관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제네타는 이러한 기술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 데이터 전략, 그리고 상당한 자본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부분 기업이 AI 도입에 앞서 사용 사례를 구축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특정 영역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입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곤 젠더(Egon Zehnde)와 임페리얼 칼리지 비즈니스 스쿨(Imperial College Business School) 조사에 따르면, 최고 공급망 책임자의 72%가 재정적 압박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기업들은 공급망, 제조, 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동시에 AI와 사이버 보안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BCG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의 67%가 공급망 비용을 우선시한다. 이에 제네타는 의사 결정권자들이 시장에 대한 완전하고 데이터 기반 시각을 확보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운전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수 연동 계약을 통해 운송 비용을 안정화하고 위험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세계경제포럼 2025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는 극한 기상을 단기적으로 글로벌 규모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 2위로 꼽았다. 2024년과 2025년 초, 기록적인 온도, 유럽과 남아시아 대규모 홍수, 북미와 유럽 산불, 그리고 여러 대륙에 걸친 가뭄 등 극한 기상 현상은 이미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제네타는 화주들이 선호하는 경로를 평가하고, 극한 기상에 대비하여 운송량을 조절할 수 있는 운송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지역 및 글로벌 공급업체 간 균형을 통해 운송 및 지리적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24년 첫 10개월 동안 컨테이너 운송에서 발생한 총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해사기구(IMO)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이지만,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제네타의 피터 샌드(Peter Sand) 최고 분석가는 "데이터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업계를 지원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며, 높은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데이터 보고 및 분석뿐만 아니라 추가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EU-ETS 배출 규제 도입과 함께 글로벌 배출권 거래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제네타 탄소 배출 지수(CEI)를 활용하여 탄소 발자국이 낮은 운송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조달 혁신과 사이버 보안 강화
최근 제네타 설문 조사에 따르면, 10곳 중 6곳 기업이 이미 2025년에 해상 운송 입찰 방식을 변경했다. 이는 기존 입찰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타는 조달 기능이 지속적인 혼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 비즈니스 목표와 일치하는 운영, 그리고 최종 비용 절감 외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24년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시스템 장애는 사이버 공격이 공급망에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포춘 500대 기업만으로도 50억 달러(약 7조 3325억 원) 이상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2022년 보안 침해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13%만이 직접적인 공급업체의 사이버 보안 위험을 검토하고 있으며, 더 넓은 공급망까지 고려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제네타는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이 검증된 공급망 시스템 벤더를 선택하고, 시스템 접근 권한을 최소화하며, 물리적 보안을 강화하는 등 사이버 공격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데이터 품질 확보와 인재 확보의 중요성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낮은 데이터 품질로 인해 조직은 평균적으로 연간 최소 1290만 달러(약 189억 원) 비용을 지출한다. AI 기술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데이터 품질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네타는 데이터 정확성과 적시성을 검증하고,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하며,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고려하여 데이터 무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4년 글로벌 인력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공급망 팀에게는 큰 과제다. 이에 대응하여 기업들은 한 분야에 깊은 전문 지식과 관련 분야 넓은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DHL 서플라이 체인(DHL Supply Chain)은 조달 기술 부족 원인으로 인구 통계, 현대적인 기술 필요성, 비용 절감 조치,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 부족을 지적한다. 제네타는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파악하고 교육, 멘토링, 훈련 등에 투자하여 지속적인 학습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해상 운송 성공의 열쇠
제네타 보고서는 2025년 글로벌 공급망이 직면할 10가지 주요 위험을 상세히 분석하고, 각 위험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적인 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측을 바탕으로 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