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부진 속에 중국 수출 54% 증가, DRAM· NAND 가격 최대 5% 인상 추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중국 기술 그룹에 인공지능(AI) 칩 부품을 공급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중국으로의 수출 가치가 54% 급증했다.
F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텍사스 첨단 칩 제조 및 포장 시설 확장에 400억 달러(약 58조 원)를 투자하고 연방 보조금으로 최대 64억 달러(약 9조 2900억 원)를 지원받기로 했으나, 미국의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무라의 APAC 주식 리서치 공동 책임자인 CW 정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중국 고객들은 삼성에게 더욱 중요해졌지만, 미국의 규제로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 제품과 원유아이(One UI) 생태계에 대한 뉴스를 다루는 독립 온라인 미디어 매체인 새미팬즈(Sammy Fans)는 지난 3일 삼성전자가 DRAM과 NAND 가격을 현재 수준에서 최대 5%까지 인상하기 위해 글로벌 고객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미팬즈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제외한 상호 관세를 발표했음에도 주요 글로벌 반도체 고객들은 미래의 잠재적 관세에 대한 우려로 "미리 비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SK하이닉스와의 경쟁 속 중국 시장 공략
FT는 삼성전자가 AI 칩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현지 라이벌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Nvidia)가 사용하는 HBM의 선두 공급업체인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분기 영업이익은 양사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을 넘어섰다고 FT는 보도했다.
랜드 코퍼레이션 연구소의 기술 분석 선임 고문인 지미 굿리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AMD, 인텔, 브로드컴과 같은 주요 AI 칩 생산업체가 공급을 모두 사들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SK하이닉스의 HBM을 구매할 기회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삼성이 생산하는 것은 품질이 떨어지지만, 아직 현지 HBM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기 때문에 중국인에게는 여전히 충분한 품질의 스크랩"이라고 FT에 언급했다.
컨설팅 회사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어센드 910(Ascend 910) AI 칩에 사용되는 "HBM의 중국 최대 공급업체"이다. 또한, FT는 삼성의 위탁 칩 제조 사업이 중국 기술 그룹 바이두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쿤룬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 2월 삼성 HBM이 통합된 AI 칩 'Core P800'을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새미팬즈는 시장조사업체 DRAMeXchange 자료를 인용해 고성능 PC와 서버에 사용되는 DDR5 가격은 지난달 12% 상승한 4.25달러를 기록했으며, 낸드 가격은 9.6% 상승하여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새미팬즈가 인용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내내 공급 과잉이 지속됐지만, 최근 주요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공급이 줄었다"며 "중국에서 인공지능(AI) 장치의 등장과 산업 자동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미중 사이의 반도체 갈등, 반도체 칩 핵심 제조기술 개발의 어려움, 고사양 HBM 제품 생산력 확대 등 난제를 앞두고 고군분투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