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폭격, 최대 49% 관세로 미국 주식 2조 5000억 달러 증발... 중국 즉각 34% 보복 관세 선언

배런스(Barron's)가 지난 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거의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미국과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에는 최대 49%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5일 모든 미국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즉각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캐나다의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도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에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지난해 약 2%에서 20%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을 심화시킨 '스무트-홀리 관세'에 비견되는 수준이다. 이런 충격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하루 만에 2조 5000억 달러(약 3656조 원)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으며,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의 마이클 메데이로스(Michael Medeiros) 매크로 전략가는 "이번 관세의 규모와 방식이 미국 동맹국들의 신뢰를 침식했다"며 "일부 국가들이 양보할 수 있지만, 트럼프 1기에 비해 성공적인 협상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기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왔고, 이러한 우려가 이제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 관세 정책을 휘두르는 트럼프의 절대 권력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달리 내부 반대 없이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기 당시에는 밥 우드워드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한 백악관 무역 자문관이 트럼프가 무역 협정을 위태롭게 하지 못하도록 그의 책상에서 서류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정부 효율화, 금리 정책, 우크라이나 평화 등 다른 공약 이행에서는 자금 부족, 법원 제동,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외국 지도자들의 비협조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관세 정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함으로써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nternational Economic Emergency Powers Act)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인 무역적자와 경제적 상호주의 부재가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관세 전략에 대해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관세는 기준선이지 상한선이 아니다"라며 "다른 국가들이 관세를 내리면 우리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스라엘이 미국 상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했음에도 17%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은 사례를 두고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오늘 모든 훌륭한 무역 파트너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매일 훌륭한 무역 파트너들을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우리에게 협상할 수 있는 큰 힘을 준다. 항상 그래왔다"고 마이애미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스티펠(Stifel)의 브라이언 가드너(Brian Gardner) 워싱턴 정책 전략 책임자는 "법원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할 때 이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회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하원의 동의와 함께 대통령의 거부권을 3분의 2 다수로 무력화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캐나다에 대한 관세 비상사태를 무효화하는 결의안이 상원에서 표결됐지만, 민주당과 함께 한 공화당 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 질서 재편 가속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폭격은 미국이 주도한 1조 2000억 달러(약 1755조 원) 규모의 상품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 일자리와 중요 상품의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목적이다. 중국의 대응은 예상보다 강력하고 신속했다. 중국 재정부는 성명에서 미국의 조치를 "전형적인 일방적 괴롭힘 행위"라고 비난했다.
가베칼(Gavekal)의 연구 책임자 아서 크로이버(Arthur Kroeber)는 "중국은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트럼프가 보복 시 자신의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트럼프의 추가 조치를 감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트루스 소셜에 "중국은 잘못 대응했고, 그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하나의 일이다!" 라고 게시했다.
코넬 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는 "트럼프는 사실상 모든 주요 미국 교역 파트너와의 무역에 도끼를 들이댔다"며 "국경 간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글로벌 무역 통합을 촉진하던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관세 충격은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환경에도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of International Economics)의 메리 러블리(Mary Lovely)는 "이러한 관세와 관련 불확실성은 미국 내가 아닌 미국 주변에 생산 기지를 구축할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트릴리엄 자산운용(Trillium Asset Management)의 경제학자 셰릴 스미스(Cheryl Smith)는 "경제적 혼란은 장기화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공급망은 극도로 복잡하고 하룻밤 사이에 재배치하기 어렵다"며 "이는 제과점의 공급망이 아니라 컴퓨터와 칩을 위한 것으로,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매몰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46%)과 태국 등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고자 했던 국가들이 높은 관세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중국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스미스는 "유럽과의 중국 무역이 강화되고,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극단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Savita Subramanian)은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이 심각한 신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 인플레이션과 높은 명목 금리에 도움을 받고, 글로벌 노출이 적으며, 안정적인 수익과 배당금을 가진 기업이 S&P 500 내에서 더 안전한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정책으로, 세계는 초효율적 공급망에 기반한 글로벌 구조가 과거의 일이 되고 지역화, 자급자족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새로운 경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