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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검은돈 천국' 오명? 프랑스 큰손들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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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검은돈 천국' 오명? 프랑스 큰손들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확인

5억 유로 규모 프랑스 자금 유입 의혹...자금세탁·조세포탈 창구 논란
느슨한 규제 틈타 제재 대상자까지 투자...국제 공조 강화 목소리
아랍에미리트의 화려한 도시 두바이가 프랑스 거물급 자산가들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로 인해 '검은돈 천국'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랍에미리트의 화려한 도시 두바이가 프랑스 거물급 자산가들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로 인해 '검은돈 천국'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사진=로이터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화려한 이면에는 프랑스 거물급 부동산 소유주들의 석연찮은 자금 거래가 숨겨져 있었다. 르몽드는 지난 3(현지시각) 단독 입수한 미공개 부동산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 조세 포탈, 마약 밀매를 통한 자금 세탁은 물론 투자 자금의 출처조차 의심스러운 프랑스 국적자들의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두바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와 개발업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눈부신 수익률을 약속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두바이는 부동산 투자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급성장했다.

초고층 빌딩과 럭셔리 빌라 건설 중심의 에미리트 정책은 이 분야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두바이 당국은 지난해에만 약 1900억 유로(30269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성장의 뒤편에는 에미리트 당국의 부동산 투자 자금 출처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현금이나 암호화폐를 이용한 거래가 만연해 부동산 시장이 돈세탁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법 소식통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두바이로 자금을 쉽게 이체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프랑스에서 유입되는 자금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몽드는 방대한 부동산 관련 문서를 통해 두바이 내 프랑스인 소유주 약 3000명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이들 대부분은 단 한 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일부 프랑스 국적자들은 최소 15채 이상의 아파트와 빌라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투자 규모와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 수상한 자금 흐름 포착

프랑스 금융정보분석원(TRACFIN)은 이미 20201월 프랑스 검찰에 '두바이로의 상당한 자금 이동'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특히 2018년 프랑스 국적자들이 두바이에서 약 5억 유로(7948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을 강조하며 "이러한 투자의 상당 부분이 조세 포탈이나 범죄 활동에서 비롯된 자금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수사관들은 두바이를 "범죄 수익금을 숨기고 세금을 회피하려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라고 꼬집는다. 낮은 세율과 느슨한 규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주요 요인이다. 더욱이 부동산 구매자의 신원 확인 절차가 허술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르몽드의 취재 결과,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속속 드러났다. 마르세유 지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한 남성은 두바이에 여러 채의 고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의 부동산 목록에는 인공 섬인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초호화 펜트하우스까지 포함되어 충격을 안겼다. 프랑스에서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그가 어떻게 이러한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파리 지역에서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 사업가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두바이에 10채가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최고급 호텔에 위치해 있다. 수사 당국은 그가 프랑스에서 빼돌린 자금을 두바이 부동산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 국제 공조만이 해법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 정부나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들조차 두바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르몽드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한 사업가가 두바이에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U의 자산 동결 대상인 그는 두바이에서는 아무런 제약 없이 부동산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심각한 불법 거래 정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두바이로의 자금 유출에 대해 경고했지만, 프랑스 당국의 실질적인 조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두바이와의 관계 악화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불법 자금 유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에미리트 당국에 자금 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에 대한 협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금 출처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이지만, 불법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없다면 범죄자들의 검은돈을 숨기는 '범죄 소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