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 속 자동차 산업의 딜레마...방위 산업 참여 놓고 찬반 격돌
"우린 자동차 회사" vs "국방 기여해야"...독일 내 논쟁 격화
"우린 자동차 회사" vs "국방 기여해야"...독일 내 논쟁 격화

일각에서는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한 자동차 산업이 독일 방위 산업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라인메탈과 같은 방위 산업체는 이미 자동차 부품 생산 경험과 시설, 숙련된 인력을 갖추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라인메탈은 운터뤼스 공장에서 군용 차량을 생산 중이며, 최근 자동차 부품 사업부 확장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산업계 '참여' vs 노동계·시민사회 '우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 산업 노동조합은 방위 산업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평화주의 시민단체들은 무기 생산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 산업 내부에서도 핵심 역량을 방위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독일 금속산업노조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미래를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려를 표했다.
폭스바겐의 한 직원은 "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이지, 전쟁 무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으며 자동차 산업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의 방위 산업 진출은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윤리적 책임, 기업의 정체성 등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하며 논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방위 산업까지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 기술력 '기여' vs 정체성 '혼란'
물론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이 방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자율 주행 기술이나 배터리 기술은 군용 차량 개발에 활용될 수 있으며, 대량 생산 시스템과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 능력은 방위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에 주목한 독일 정부는 자동차 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최근 자동차 산업 대표들과의 회담에서 "국방력 강화는 국가적인 과제이며, 모든 산업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나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독일 정부는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자동차 산업의 의견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시대적 전환'이라는 역사적 변곡점에서 독일 자동차 산업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전통적인 강점을 유지하며 혁신 기술 개발에 매진할지, 아니면 새로운 영역인 방위 산업으로 발을 넓힐지는 향후 독일 경제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하노버 북동쪽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나스 마그네트는 이미 100년 전부터 정밀 기계 생산을 시작하여 자동차와 트럭에 사용되는 전자 부품을 생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문에 사용되는 밸브 역시 이 회사의 제품인 경우가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