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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글로벌 관세, 러시아 제외해도 주가 32조 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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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글로벌 관세, 러시아 제외해도 주가 32조 원 증발

푸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자금 조달 압박 가중... 중국은 관세에 즉각 반격
2023년 10월 9일에 찍은 이 일러스트 사진에서 직원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은행 사무실에서 러시아 1000루블 지폐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0월 9일에 찍은 이 일러스트 사진에서 직원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은행 사무실에서 러시아 1000루블 지폐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음에도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뉴스위크가 지난 5(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가 관세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지난주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기존 제재로 미국과 러시아 간 교역이 이미 크게 감소한 상황이어서 러시아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또한, 뉴스위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의 무역 갈등도 심화시키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압박 가중


모스크바 증권거래소(MOEX)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255400억 루블(952조 원)에서 4일 종가 기준 532000억 루블(920조 원)으로, 불과 이틀 만에 약 32조 원이 증발했다. 러시아 대형주 43개를 추적하는 MOEX 러시아 지수는 한 주 동안 8.05% 하락했는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규모 동원령 발표로 시장이 충격을 받은 20229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러시아 대표 기업들인 스베르방크(5.2%), 가즈프롬(4.9%), 철강·석탄 대기업 메헬(7%), 가스 생산업체 노바텍(5.4%) 등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노비온의 트레이딩 책임자인 데이비드 골드만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OPEC5월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리기로 한 결정도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OPEC은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석유 판매량을 늘리려 하지만, 이는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골드만은 OPEC의 증산이 석유 공급 과잉을 초래해 유가를 더욱 하락시킬 수 있으며, 이는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러시아 경제 타격 불가피


러시아 독립 언론 더 벨은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로 유가가 더 하락할 경우, 러시아는 무역 전쟁 기간 동안 결코 저렴하지 않을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 차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수입 감소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차입 비용 상승으로 경제 성장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러시아가 관세 대상에서 빠졌지만, 추후 공화당이 지지하는 제안에 따라 500%에 이르는 우라늄, 석유 관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모스크바 벨레스 캐피털의 분석가 옐레나 코주호바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전망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상품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의 예브게니 코간은 모스크바 타임스에 "거대한 위기가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중국의 반격과 글로벌 시장 혼란 가속화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정책은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특히 관세의 주요 대상인 중국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로 대응하며 글로벌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25천억 달러가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 궈지아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시장이 말했다"며 관세를 거부하고 워싱턴에 협의를 촉구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20%의 관세에 더해 중국산 제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에 대해 3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차이나 프로그램 선임 이사 크레이그 싱글턴은 뉴스위크에 "시진핑 주석은 관세에 맞대응함으로써 국내외 청중 모두에게 중국은 궁지에 몰리거나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턴은 "중국이 보복 조치를 확대하겠지만 완전한 파열까지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반독점 및 사이버 보안 관련 규제 조사를 통해 주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하고, 전략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러시아와 중국 모두 경제적 압박 직면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정책으로 러시아와 중국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세계 경제 위축에 따른 간접적 영향을 받는 반면, 중국은 직접적인 관세 공격의 최전선에 놓여있다.

싱글턴은 "시진핑은 중국이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단기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트럼프는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를 관세 목록에서 제외한 것을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과 관련해 푸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관세 제외에도 불구하고 의도하지 않게 러시아가 석유 가격 하락과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평화회담에 힘을 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