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의존도 심각, 내수 부양책 효과 미지수
미국發 관세 폭탄에 제조업 직격탄…성장률 둔화 우려 고조
미국發 관세 폭탄에 제조업 직격탄…성장률 둔화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경제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며,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노력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34% 추가 관세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중국 정부는 경제 기초를 튼튼히 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내수 소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무역 환경 변화로 인해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수출에 대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중국의 공식 GDP 성장률 5% 중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중국은 다시 5% 내외의 GDP 성장 목표를 설정했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이 야심찬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토마스 게이틀리와 웨이 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 발표 후 "이는 중국에게 최악의 무역 시나리오"라며 "중국 정책 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경기 부양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發 관세 폭탄, 중국 제조업 강타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해방의 날' 관세 패키지는 중국 제조업 전반에 걸쳐 다각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미 부과한 기존 관세에 더해 이번 새로운 관세까지 시행되면 중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경제학자들의 추산에 따라 약 7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바이어들에게 매력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상승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생산 기지를 설립하고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의 제품들도 높은 관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중심적인 중국 경제의 특성상 이러한 관세는 분명히 부정적인 소식이다. 일부 월스트리트의 연구 기관들은 이번에 발표된 관세로 인해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대략 1~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이 지난 금요일 미국의 모든 상품에 대해 새로운 34%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 간 무역 전쟁의 조속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이 "잘못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TS 롬바드의 로리 그린 중국 경제 수석은 중국의 신속한 관세 대응에 대해 "국내 경제 활동을 지지하려는 노력이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다"며 "우리는 국내 수요가 수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은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속 성장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중국 상품에 대해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이러한 전략은 위험에 직면했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경제 성장을 지속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내수 부양에 사활…미국과의 해법 찾기 난망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포함한 정부 자문위원 및 외부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에 미국과 같이 소비 주도형 경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주도적인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으로 제조업을 우선시하며 이러한 조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중국 수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경제 성장 압력이 커지자 중국 정책 당국은 지난달 국내 소비 촉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수요가 약화되었다고 분석한다. 수십 년간의 급격한 경제 성장 이후 많은 이들이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붕괴로 인해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일자리 감소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은 최근 몇 년간 소비를 더욱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기업주들 또한 수익 마진 감소로 인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소비 촉진 외에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이다.
중국 위안화 약세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수출 가격을 낮추고 중국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를 지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큰 폭의 평가절하를 주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추가적인 분노를 야기할 수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본 유출을 초래하여 국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를 위한 국채 매입 증가,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출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미 올해 중국인민은행과 재정부는 은행의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한 가격 결정 방식 조정, 주요 국영 은행에 대한 자금 투입 약속 등 완화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소비 지출을 촉진하기 위해 상품 교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이러한 계획에 약 400억 달러(약 58조 4600억 원) 상당의 채권을 할당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가전 제품 및 기타 소비재 판매가 이에 따라 증가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임금 인상, 연금 인상, 출산 장려 정책,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을 포함한 국내 소비 확대 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정책 당국은 이러한 계획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제학자들과 정부 자문위원들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에 의료 및 교육 접근성이 제한적인 수백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가계를 위한 사회 서비스 확대를 촉구해 왔다.
중국 공산당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24명의 정치국은 이번 달 회의를 개최하여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나 추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기회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