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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군 영향력 확대일로…대통령은 예비역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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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군 영향력 확대일로…대통령은 예비역 장군

취임 직후 군 간부 집단 교육…정부 요직에 현역 군인 임명 추진
과거 군부 독재 향수 우려…시민사회, 군 권한 강화에 경계감 고조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부 내 군의 역할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부 내 군의 역할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예비역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고 정부 요직에 현역 군인 임명을 추진하면서 과거 군부 독재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신정부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군대식 집단 교육을 실시하고 군의 역할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에 시민 사회는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취임 며칠 후 신정부 고위 간부 100여 명을 육군사관학교로 이끌었다. 이들은 군복과 전투화를 착용한 채 연병장에서 행진하고 밤에는 텐트에서 숙영했다.

전 육군 중장 출신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3일간의 연수에서 참가자들에게 "여러분들을 군국주의적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수가 규율과 충성심을 주입하는 '군대식' 훈련임을 분명히 했다.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6개월, 그의 정부는 여러 사안을 '군대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 정부 내 군 역할 확대 속도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 내 군의 역할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현역 군인의 정부 요직 임명을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한편, 핵심 공약인 무상 급식 정책 운영에 군 병력을 투입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은 지역 사령부를 증설하고 있으며, 마을 단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군부 독재를 경험했던 인도네시아에서 군의 권한 강화는 시민 사회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한때 프라보워 대통령의 장인이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통치 하에서 군은 정치, 공공 서비스, 경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른바 '이중 기능'이라 불리는 이 체제는 1998년 수하르토 정권 붕괴 이후에야 폐지됐다.

◇ 군의 정치 세력화 우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마데 수프리아트마 연구원은 "민간 영역에 대한 군의 개입 확대는 개혁 정신이 점진적으로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은 군을 수하르토의 '신질서' 시대로 되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군과 민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군은 스스로를 정치 세력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정치 세력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국회는 지난 3월 중순, 국민적 논의 없이 2004년 국군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 개정으로 현역 군인을 임명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은 기존 10곳에서 최고검찰청을 포함한 14곳으로 늘어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