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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發 경고음...영국 경제, '그리스식 부채 위기' 직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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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發 경고음...영국 경제, '그리스식 부채 위기' 직면하나

2조7000억 파운드 부채, 美 경기 침체 시나리오에 '취약'
투자 전문가 "무역 전쟁, 고부채 영국에 치명타 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2조70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영국의 막대한 부채를 뇌관 삼아 그리스와 같은 국가 부도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2조70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영국의 막대한 부채를 뇌관 삼아 그리스와 같은 국가 부도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영국 경제를 심각한 부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와 여타 국가에 대한 유사 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미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짊어진 영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發 무역 갈등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고부채 국가인 영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6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 영국 국가 부채는 2조7000억 파운드(약 5087조 원)에 달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0%에 이르는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 이 수치는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더욱 불어날 가능성을 내포한다.

◇ 전문가 "외부 충격에 극도로 취약" 경고


투자 회사 인베스코의 스테파노 파사리엘로 수석 투자 책임자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글로벌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며, 특히 부채 수준이 높은 국가에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이 이미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어 이러한 외부 충격에 극도로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파사리엘로 책임자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국제 무역 긴장이 고조된다면, 영국 경제 성장률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수입 감소로 이어져 결국 부채 위기를 촉발할 수 있으며, 과거 그리스가 겪었던 것과 유사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브렉시트 후폭풍 우려도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폴 데일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영국의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고 가계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일스 경제학자는 또한 영국 정부가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생활비 위기로 상당한 재정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닥친다면 정부의 부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영국의 상황이 2010년대 초반 그리스 부채 위기와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당시 그리스는 과도한 재정 지출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으며, 국제 사회의 구제 금융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영국 경제가 그리스와 모든 면에서 동일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높은 부채 수준과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은 분명히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과의 무역 관계가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영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위협에 맞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 무역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 속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