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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사이버트럭, '역대 최악의 실패작' 오명…수십 년 만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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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사이버트럭, '역대 최악의 실패작' 오명…수십 년 만의 굴욕

예약 100만 대 허언, 실제 판매량 저조…품질 논란과 디자인 혹평 겹쳐
전문가 "포드 에드셀과 비견될 역사적 실패"…9억 달러 투자 회수 불투명
테슬라의 야심작 사이버트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의 야심작 사이버트럭.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CEO가 100만 대 이상 예약 주문을 받았다고 호언장담했던 테슬라의 야심작인 사이버트럭이 시장에서 처참한 실패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실패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고 포브스재팬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F 영화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당초 머스크의 예측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트럭은 지난 13개월 동안 무려 8번이나 리콜되는 등 품질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독특한 외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머스크 CEO의 과거 트럼프 행정부 참여 이력에 대한 '반(反)테슬라' 시위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면서 더욱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의 연간 판매량을 25만 대로 예상했지만, 출시 첫 해인 2024년 실제 판매량은 4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판매량은 더욱 감소했으며, 내년 판매량 증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동차 컨설팅 회사 카랩(CARLAB)의 에릭 노블 사장은 "이는 포드가 1958년에 출시했다가 실패한 에드셀과 같은 역사적 실패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당시 포드는 에드셀의 연간 판매량을 20만 대로 예상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6만 3000대에 그쳤다. 사이버트럭의 현재 판매 추이는 에드셀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 회수 불가능한 '9억 달러' 투자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의 폭발적인 수요를 예상하고 오스틴 기가팩토리에 연간 최대 25만 대 생산 규모의 설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보인다.

자동차 산업 자문 기업 GM 오토모티브의 글렌 마서는 "머스크는 단순히 많이 팔고 싶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고 지적하며 "막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그의 전제 자체가 어리석었다"고 비판했다. 지나치게 거대한 덩치의 사이버트럭은 여러 국가의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수출을 통한 판매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마서는 "판매량은 저조하고, 해외 시장이 이를 만회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테슬라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에서도 이번에는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 CEO는 사이버트럭 양산에 앞서 "기존 픽업트럭과 같은 디자인은 원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픽업트럭은 100년 동안 변함이 없었지만, 사이버트럭은 그 어떤 차량과도 다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2019년 한 컨퍼런스에서 "나는 시장 조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랩의 노블 사장은 "사이버트럭의 참담한 실패는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차량은 적재함 구성부터 실내 디자인, 성능까지 픽업트럭 구매자들이 기대하는 모든 측면에서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이버트럭의 독특한 외관에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었다고 개발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했다. 하나는 머스크 CEO의 SF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이었고, 다른 하나는 "차체 도색을 하지 않는다"는 초기 결정이었다.

테슬라는 차체 도색을 포기함으로써 약 2억 달러(약 2936억 원)에 달하는 새로운 도장 공장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도장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및 폐수에 대한 환경보호청(EPA)의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 '스테인리스 스틸 차체'의 저주


머스크 CEO는 결국 또 다른 실패작으로 꼽히는 1980년대 '드로리안'과 유사한 스테인리스 스틸 외장재를 선택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는 머스크가 이 소재가 가진 고유한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가공이 어렵고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강해 사이버트럭 차체 패널에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마서는 "테슬라는 제조 공정에서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머스크는 2억 달러(약 2936억 원)의 불필요한 도장 공장 비용을 절감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비용을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에 고스란히 쏟아부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이버트럭 개발에 테슬라가 투자한 금액이 오스틴 공장의 금형 제작 비용을 포함해 약 9억 달러(약 1조 32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더욱이 모델 3나 모델 Y와는 달리 사이버트럭 개발 및 생산에 투입된 기술이나 설비는 다른 모델과 전혀 공유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서는 "사이버트럭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다른 테슬라 차량에 적용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한 "사이버트럭 생산을 위해 구축한 제조 시설 역시 다른 제품 생산에는 활용할 수 없다. 도색되지 않은 스테인리스 스틸 차량만을 위한 설비는 범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버트럭의 실패는 출시 전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 11월, 머스크 CEO는 열광적인 테슬라 팬들 앞에서 사이버트럭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정말 튼튼한 트럭을 보여주겠다. 망치로 아무리 세게 때려도 찌그러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머스크의 지시로 직원이 '방탄'이라고 주장하는 창문에 쇠구슬을 던지자, 창문은 산산조각 났고 머스크는 "맙소사!"라고 외쳤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하겠다"고 얼버무렸다.

가격 문제도 심각했다. 머스크 CEO는 기본 모델의 가격을 3만 9900달러(약 5857만 원)로 책정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약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현재 각종 세금 및 부대 비용을 포함한 기본 모델의 가격은 연방 정부의 세금 감면 7500달러(약 1101만 원)를 제외하고도 8만 2235달러(약 1억 2076만 원)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최상위 모델인 '사이버비스트'의 가격은 10만 5735달러(약 1억 5530만 원)에 달한다.

한편, 최근 테슬라 차량의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면서 중고 사이버트럭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고 포브스재팬은 전했다. 일부에서는 비교적 신형 모델을 7만 달러(약 1억 278만 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반테슬라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중고차 가격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은 최근 테슬라가 판매하지 못한 사이버트럭 재고가 약 2억 달러(약 2936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머스크 CEO는 소비자들이 픽업트럭을 구매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간과함으로써 사이버트럭을 실패작으로 전락시켰다. 픽업트럭은 대용량 화물 운송 능력과 험로 주행 성능이 필수적이지만, 사이버트럭은 이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버트럭 실패(Cybertruck fail)' 영상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버트럭이 포드의 F-150이나 쉐보레의 실버라도에 의해 견인되는 영상'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까지 등장하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서는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디트로이트의 빅3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분야"라며 "머스크는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에 사이버트럭을 무모하게 던져 넣었고, 결국 실패를 맞이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