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中 관세 전쟁 '대폭발' 초읽기...글로벌 무역질서 100년 만에 '대혼란'

글로벌이코노믹

美·中 관세 전쟁 '대폭발' 초읽기...글로벌 무역질서 100년 만에 '대혼란'

중국에 104% 관세폭탄... S&P 500·국채시장·유가 동반 요동
2019년 5월 20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등장하는 미국 달러 지폐와 고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등장하는 중국 위안화 지폐가 미국 국기와 중국 국기 사이에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5월 20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등장하는 미국 달러 지폐와 고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등장하는 중국 위안화 지폐가 미국 국기와 중국 국기 사이에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경제 질서가 10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1930년 스무트-호울리 관세법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9(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관세 우려로 상승분을 반납했다""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104%의 고율 관세를 밀어붙이면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50% 관세가 워싱턴 시간으로 10일 자정 직후(한국시간 9일 오후 11)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발표된 이른바 '상호적 관세' 34%와 기존 관세를 더해 총 104%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같은 고율 관세는 미국 경제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예일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2.44%로 지난 100년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급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무역 파트너들에게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FT가 인용한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2일 발표된 '상호주의적' 관세로 레소토(50%), 캄보디아(49%), 베트남(46%), 방글라데시(37%) 등 주로 저소득 개발도상국에 특히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태국(36%), 중국(34%), 인도네시아·대만·남아프리카(32%), 스위스(31%), 파키스탄(29%), 인도(26%), 한국(25%), 일본(24%), 유럽연합(EU·20%), 이스라엘(17%), 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튀르키예·영국(10%) 등도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세계 경제 충격파... 시장 혼란·경기 침체 우려 고조


새로운 관세 정책이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FT"S&P 500 지수가 뉴욕 점심 무렵 0.4% 하락했는데, 이는 거래일 초반 4.1% 상승한 것에서 크게 반락한 것"이라며 "나스닥 종합지수도 0.7% 하락했다"고 전했다. 반면 유럽 시장은 다소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지역 전체로 보는 스톡스 유럽 600, FTSE 100 및 독일의 닥스 지수는 모두 약 2.3% 상승했으며, 통화시장에서 미국 달러는 다른 거래국 통화 바스켓 대비 0.1%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FT"지난 8일 유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한 50%의 추가 관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배럴당 1달러 이상 하락했다""브렌트유는 1.5% 하락한 63.26달러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유가는 '상호 관세' 발표 이후 15% 이상 하락했다.

국채시장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수요 약화로 580억 달러(86조 원) 규모의 3년물 국채를 경매에 부쳤으며, 예상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BMO 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은행인 딜러는 공모금의 20.7%를 처분했는데, 이는 평균 15.8%보다 높은 수치로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관세에 대응해 국채시장에서 물러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핵심 채권 및 멀티에셋 트레이딩 책임자인 매튜 스콧은 "3년물 국채 경매의 저조한 결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카데미 시큐리티스의 거시 전략 책임자인 피터 치르는 "우리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이 단순한 협상 전술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이 때문에 오늘날 시장이 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앙코 리서치의 사장 겸 매크로 전략가인 짐 비앙코는 "시장이 이렇게 급격하게 오르내리면 결국 모든 투자자가 손해를 본다. 누가 더 큰 손실을 입느냐의 문제일 뿐,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보기 어렵다"라고 경고했다. 치르는 "시장은 아직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지난 8일 보도에서도 "트럼프의 관세는 세계를 손상시킬 것"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무역적자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가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FT"이제 우리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경제가 레소토인지 알게 되었다"며 관세 부과 방식의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미국의 보호를 한 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전임자들이 성취하고자 했던 모든 것을 파괴했다""이것은 전 세계에 대한 전쟁 행위"라고 표현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애플과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언론 비서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아이폰이 미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미국에 노동력과 자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FT는 애플의 아이폰 공급량 대부분이 중국에서 오며, 제조 공정의 일부라도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베트남과 캄보디아처럼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특히 취약한 상황이다. FT에 따르면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40~50%의 관세율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태국과 대만도 상당한 수출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은 낮지만 수출 규모가 크고 총 104% 높은 관세율에 직면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번 관세 정책은 큰 변화를 의미한다. FT는 그간 세계 무역이 자유화되는 추세였으며, 2000년과 2022년 사이 신흥국과 선진국 간 관세율이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인도, 멕시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이 관세율을 대폭 낮추었으나, 이제 미국이 역사를 거스르는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 것이다.

FT1970년대 인도 경제의 예를 들며 "보호무역주의는 자책골"이라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으로 인해 "수입은 줄어들겠지만, 수출도 줄어들어 적자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상은 결국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의 킬 연구소는 이번 관세 정책의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은 미국에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정책이 초래할 불확실성과 시장 혼란은 현재와 장기적으로 세계와 미국 경제에 심각한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FT"이러한 관세와 더불어 고정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정책 환경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 현재와 장기적으로 세계와 미국에 해를 끼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