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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로 휘청이는 엔비디아, 2000억 달러 시가총액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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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로 휘청이는 엔비디아, 2000억 달러 시가총액 증발

젠슨 황, "경제적 성취, 정치적 시험대" 직면
새 책 출간 저자 "엔비디아 CEO, 트럼프 취임식 불참한 유일한 미국 기술 거물"
관세 전쟁 속에 시험대에 오른 엔비디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관세 전쟁 속에 시험대에 오른 엔비디아.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Nvidia)의 미래에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가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관세 논란으로 인한 시장 충격 이후 엔비디아는 한때 2000억 달러(약 296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타격을 입었다.

이번 주 출간된 '생각하는 기계 : 젠슨 황. 엔비디아,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탐내는 마이크로칩(The Thinking Machine: Jensen Huang, Nvidia, and the World's Most Coveted Microchip)'의 저자 스티븐 위트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직면한 정치적 도전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는 인공지능 모델 훈련에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이 칩들의 막대한 컴퓨팅 파워는 중국의 AI 발전을 저지하려는 미국 수출 통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의 글로벌 공급망도 불안정해 보인다. 엔비디아의 주요 칩이 생산되는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는 일부 제품에 타격을 주고 있다.

레스트 오브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위트는 "젠슨 황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기술 인물일 것이다. 이제 젠슨 황은 정치를 다뤄야 한다. 그의 사업에 대한 혼란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위트는 대만 반도체 제조기업(TSMC) 창업자 모리스 장이 자사가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어야 했을 때 "세계화는 거의 죽었다"고 말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젠슨 황이 직면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위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관세를 지불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높은 이윤 덕분에 거의 유일하게 이러한 관세를 지불할 여력이 있지만, 이는 이익과 주가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 미국 내 제조를 재건하거나 국내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정치인, 심지어 다른 공화당원도 이러한 관세를 철회하거나 뒤집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이를 꺼린다고 위트는 설명했다. 셋째,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이 있다.

◇ 중국 시장과 대만 생산기지 의존도 높은 엔비디아, 지정학적 긴장 고조

엔비디아는 중국에 대한 칩 수출을 제한하려는 미국 정부의 시도에 반대해왔다. 가장 강력한 칩이 금지된 후에도 엔비디아는 중국 기술 기업들에 약간 열등한 칩을 수십억 달러어치 판매해왔다.

위트는 "이것이 아마도 젠슨 황의 관점일 것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금지하면, 중국은 더 좋고 더 저렴한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들에게 계속 판매하는 것이 실제로 우리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적 이점이 될 것이다. 그러면 국내 경쟁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위트는 몇 년 전 젠슨 황이 이런 의견을 피력했고, 실제로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이런 문제를 혁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출신인 젠슨 황은 대만어를 구사하며 대만에 많은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 위트는 "젠슨 황은 정말로 대만의 토박이 아들이다. 그는 대만어를 말하고, 표준 중국어는 하지 않는다. 그는 또한, 대만에 많은 생산성과 돈을 투입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국가적 영웅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처럼 대만에서 유명인사"라고 설명했다.

위트는 엔비디아의 공급망 관리 책임자인 뎁 쇼퀴스트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될지 물었을 때, 그녀는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결과가 너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쇼퀴스트는 이를 "캘리포니아가 떨어져 나가 바다로 무너지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위트에 따르면, 젠슨 황은 특정 정치적 이익을 추진하거나 옹호한 적이 없으며, 다소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한다. "내 인상으로는 그가 그저 문제를 미루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중국과 대만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그럴 수 없다"고 위트는 말했다.

위트는 또한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하드웨어를 판매하므로 이러한 공급망을 정말로 이해하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개발도상국에 연구 센터와 데이터 인프라를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잠재적인 글로벌 재앙의 위험 때문에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확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과 대만에서 책 홍보 투어를 마친 위트는 양국의 반응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아무도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십대 아들이나 딸이 어떻게 하면 다음 젠슨 황이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중국은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에 완전히 집착한다. 중국 학생들과 엔지니어들은 가능한 한 최대한 이를 재창조하기를 원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대만에서는 모든 것이 정치였다고 위트는 말했다. "'우리 모두 죽게 될까?'가 제가 받은 모든 질문의 숨겨진 의미였다. 일종의 공포감이 있었다. 많은 질문들은 '트럼프가 이 관세에 대해 진지한가? TSMC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같은 것이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엔비디아의 선택, 글로벌 AI 산업 미래 좌우할 듯

이번 사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기술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위트는 "엔비디아가 일시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1년 만에 갑자기 독점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어떤 경쟁자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며 "혁신을 억제하고 가격을 올리는 고전적인 독점과 달리, 엔비디아는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위트는 "젠슨 황은 각국 정부의 자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을 지지한다"며 "이러한 정부들도 결국 엔비디아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위트는 "현재 인도와 중국에서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대거 양성되고 있는데,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젠슨 황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레스트 오브 월드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인재 확보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