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NG 개발업체, 침체된 시장에 대규모 발주 임박
6월 말 계약 목표, 국내 조선업계 수주 기대감 고조
6월 말 계약 목표, 국내 조선업계 수주 기대감 고조

지난 9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벤처 글로벌 고위 관계자들은 약 열흘 전 한국 주요 조선소들을 비밀리에 방문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벤처 글로벌이 최소 4척의 확정 발주와 함께 최대 8척의 추가 옵션을 포함, 총 12척의 18만㎥급 LNG 운반선 신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벤처 글로벌이 3척의 확정 발주를 우선 고려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발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발주 규모가 최대 12척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벤처 글로벌은 올해 2분기 말까지 이번 신조선 발주를 최종 확정한다는 내부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업계, 수주 가뭄 해소 기대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벤처 글로벌의 대규모 발주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수주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될 것으로 간절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베테랑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LNG 운반선 신조 발주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상황에서 벤처 글로벌의 소식은 단비와 같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조선소들이 다시 한번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박 가격은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척당 2억5000만 달러(약 3636억 원)에서 2억6000만 달러(약 3781억 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최근 한 척의 선박이 이례적으로 더 높은 가격에 계약된 사례도 있어 최종 계약 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소들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벤처 글로벌, 선단 확충 속도
한편, 이번 대규모 발주 추진 소식에 대해 벤처 글로벌 측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벤처 글로벌 대변인은 트레이드윈즈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추가 선박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벤처 글로벌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LNG 생산 설비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향후 LNG 운송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 선단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벤처 글로벌은 이미 한화오션에서 건조 중인 최첨단 17만4000㎥급 LNG 운반선 6척과 20만㎥급 3척을 포함해 총 9척의 LNG 운반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다른 선주로부터 4척의 신조선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IPO 과정에서 2척을 용선하는 등 선단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벤처 글로벌이 운영하는 칼카슈 패스 LNG 터미널은 지난 2022년 2월 첫 수출을 시작했지만, 시운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장기 계약 고객들에게 상업 물량 공급이 지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상업 운전은 최초 선적 후 3년 만인 오는 4월 15일 본격적으로 개시될 예정이다.
벤처 글로벌은 최근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플라크마인즈 LNG 액화 프로젝트의 확장 계획을 발표했으며, 세 번째 LNG 생산 기지인 CP2 프로젝트(연간 2800만 톤 규모)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 절차도 진행 중이다.
마이크 세이블 벤처 글로벌 CEO는 "우리 회사는 액화 설비를 앞으로 50년 이상 운영하며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며 "20년 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을 청정 에너지원인 가스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벤처 글로벌의 대규모 LNG 운반선 발주가 현실화될 경우, 침체된 국내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한국 조선 기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