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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HD현대중공업, 美 이지스함 연 5척 건조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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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HD현대중공업, 美 이지스함 연 5척 건조 제안

미 해군 생산 능력 한계 속 한국 조선소의 대안 제시
중국 해상 영향력 견제 위한 협력 가능성 시사
현재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 조선소들의 총 생산량은 해군이 요구하는 연간 최소 3척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 미치지 못하며, 이들의 총 생산량은 연간 약 1.6척에서 1.8척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미국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 조선소들의 총 생산량은 해군이 요구하는 연간 최소 3척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 미치지 못하며, 이들의 총 생산량은 연간 약 1.6척에서 1.8척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미국 해군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연간 최대 5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 해상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현지시각) 군사 전문 매체 아미레커그니션의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18일 울산 본사에서 한국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선도함인 '정조대왕함' 인도식을 거행하는 자리에서 "양국 협력이 공식화될 경우 미국 해군에 연간 최대 5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으며, 수요에 따라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는 자사의 이지스 구축함이 미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급과 크기와 성능 면에서 동등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안은 미국 내 조선 부문의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미국 내 조선소 수는 400여 곳에서 30곳 미만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연간 최소 3척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이지스 구축함 건조 능력을 갖춘 미국 내 조선소들의 총 생산량은 연간 1.6척에서 1.8척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쟁력과 미국의 상황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이 중국의 해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함정 생산 증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 해군 조선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을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한국 해군이 보유한 6척의 이지스함 중 첫 번째 함선인 '세종대왕함'을 포함해 5척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현대적인 군함의 핵심인 이지스 전투 체계를 통합하고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담 전투 체계 통합 팀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25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미국산과 동등한 성능의 이지스 구축함을 설계 및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이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과 동일한 성능의 이지스 구축함을 미국 조선소 소요 시간의 3분의 2 이내의 기간과 더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건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내 조선 기반의 역량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동맹국의 조선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의 이러한 자신감은 울산 조선소에서 필리핀 해군을 위한 해상 초계함과 코르벳함을 포함한 12척의 수상함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이는 국내 및 수출 프로젝트 모두에서 높은 생산 효율성을 입증하는 사례다.

미국 해군 조선 시장은 오랫동안 국가 안보법과 존스 법에 의해 외국 조선소의 접근이 제한되어 왔으나,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향후 30년간 364척의 함정을 획득할 계획이며, 이는 연간 12척의 건조율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함정 증강의 주된 이유는 급성장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과의 전력 균형을 맞추거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30년 이전에 400척 이상의 현대적인 수상 전투함을 확보하여 현재 미국 해군의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정우만 부사장은 최근 "회사의 구축함 전용 도크만으로도 연간 최소 1척의 알레이버크급에 준하는 함선을 생산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협력이 진행된다면 연간 5척까지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이 목표 이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은 또한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 수리 및 정비(MRO) 사업 참여를 통해 미국 방위 시장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회사는 올해 2~3건의 MRO 시범 계약을 수주하고 향후 미국 해군 함정의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위한 표준화된 절차 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대공 방어, 미사일 방어, 대수상전, 대잠수함전, 지상 공격 등 다중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과거 실적은 이번 제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회사는 2008년 대한민국 해군에 한국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인도했으며, 설계 또한 주도했다. 202411월에는 새로운 정조대왕급 선도함을 예정대로 인도하여 프로젝트 일정 준수 능력을 입증했다. 현재 동급의 2번함과 3번함 건조가 진행 중이다.

앞서 2024년 초, HD현대중공업 정기선 부회장은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는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회사의 해군 생산 시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협력 심화 의사를 전달했다.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대공 방어, 미사일 방어, 대수상전, 대잠수함전, 그리고 지상 공격을 포함한 다중 임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사진=미국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대공 방어, 미사일 방어, 대수상전, 대잠수함전, 그리고 지상 공격을 포함한 다중 임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사진=미국 해군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의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상업용 도크를 군수 생산 구역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증가하는 국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역량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지스 전투 체계는 최신형 스탠더드 미사일 변종 지원, AN/SPY-6 레이더 통합, 탄도 미사일 방어 플랫폼 역할 확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는 산업 기반 역시 진화해야 한다.

미국이 HD현대중공업을 해군 확장 계획에 포함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국 기업의 대규모 생산 참여 준비는 심화되는 전략적 경쟁 시대에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아미레커그니션은 전망했다.

이지스 전투 체계는 록히드 마틴이 미국 해군 및 동맹국 해군 수상 전투함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통합 해군 무기 체계다. 이 체계는 AN/SPY-1 수동 전자 주사 배열 레이더, MK 99 사격 통제 시스템, 무기 통제 시스템, 지휘 및 결정 스위트로 구성된다. 다중 임무 신호 처리기(MMSP), 이지스 베이스라인 9 10 소프트웨어, AN/SPY-6 레이더 등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동성이 뛰어난 극초음속 목표물을 포함한 복잡한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이 향상되었다. 2025년 초 기준으로 114척의 이지스함이 운용 중이며, 72척이 추가로 계획되어 있다. 이 체계는 일본, 호주, 캐나다, 한국, 스페인, 노르웨이 6개국 해군에서 사용 중이다.

또한,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대공 방어, 미사일 방어, 대수상전, 대잠수함전, 지상 공격 등 다중 임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체계는 순항 및 탄도 미사일을 포함한 다수의 위협을 넓은 범위에서, 그리고 고도의 위협 환경에서도 동시에 탐지하고 교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신 소프트웨어 베이스라인과 AN/SPY-1D(V), AN/SPY-6와 같은 레이더의 도입으로 이러한 구축함은 극초음속 위협을 추적하고 대기권 외 요격용 SM-3와 최종 방어용 SM-6 미사일을 사용하여 동시 교전을 수행할 수 있다. USS 핀크니가 참여한 FTX-40 훈련을 포함한 최근 시험들은 이 함급이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목표물을 가상으로 교전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차세대 미사일 위협에 대한 이지스 체계의 발전된 성능을 보여준다.

그러나 1991USS 알레이버크(DDG-51) 취역 이후,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생산 및 인도율은 미국 해군의 조달 결정, 예산 배정, 조선소 생산량에 따라 변동되어 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배스 아이언 웍스와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의 잉걸스 조선소 지원으로 연간 2~3척의 인도율을 기록했다. 연간 최대 인도량은 2000DDG-85부터 DDG-89까지 5척이 인도된 해였다. 최소 인도량은 해군이 줌왈트급 프로그램에 집중하던 2012USS 마이클 머피(DDG-112) 1척이었다. 2013'IIA 재시작' 단계를 시작으로 DDG-113부터 생산이 재개되었고, 이후 '기술 삽입' 배치와 플라이트 III 변형이 도입되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군은 연간 2척을 조달했으며, 현재의 다년도 조달 전략에 따라 2027년까지 이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지스 구축함 건조 능력을 갖춘 유일한 미국 조선소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의 총 생산량은 해군이 요구하는 연간 최소 3척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연간 총 생산량은 약 1.6척에서 1.8척으로, 이는 해군 요구 사항에 부합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생산율을 초과하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링 인력과 도크 설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의 제약 조건 하에서도 구축함 전용 도크에서 미국 해군 표준에 부합하는 함선을 연간 최소 1척 인도할 수 있으며, 양국 간 협력 프로그램이 수립된다면 이 숫자는 5척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시장 진출 노력과 법적 과제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위 시장 진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2, 정부 주도하에 한화오션과 '군함 수출 원팀'을 구성했으며,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으로의 성공적인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3개의 시범 프로젝트를 목표로 미국 해군의 MRO 분야 참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시장 접근성이 확대된다면 주요 계약업체뿐만 아니라 한국 해군 생태계 내의 중소 협력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의 이러한 야망은 미국 내에서 법적 및 정치적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법전 108679조에 따르면, 국방부는 외국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 또는 선체나 상부 구조의 주요 구성 요소를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국가 안보 이익을 위한 대통령의 면제 하에서만 예외가 인정된다. 또한 존스 법으로 알려진 1920년 상선해운법은 미국 항구 간을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미국 해군 건조에서 외국 조선업체의 역할을 더욱 제한한다. 이러한 법적 제약과 해군 내의 위험 회피 문화 및 관료적인 조달 절차는 조선업의 지연과 비효율성을 야기했다.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강력한 조선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법률은 더 높은 건조 비용과 제한된 생산 능력에 기여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는 운용 가능한 조선소 수 감소와 인력 감소로 이어졌으며, 상선 해운 인력은 1960년 약 5만 명에서 현재 1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해군은 주요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지연과 비용 초과로 인해 조선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급 잠수함 건조는 2~3년 지연되었고,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프로그램은 5년이나 지연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인력 부족, 관료적 비효율성, 해군 내의 위험 회피 문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 해군의 조선 능력은 감소하여 생산량이 25년 만에 최저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준비 태세 유지 및 중국과의 경쟁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국방계 일각에서는 군함 건조의 아웃소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의견이 있지만, 한국과 일본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조선소와의 협력이 전략적으로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들 국가는 고품질의 해군 함정을 효율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선진적인 조선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사례로 한국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인 USNS 월리 쉬라호의 수리를 완료한 것을 들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조선소가 미국 해군을 위해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 최초의 사례다.

한편,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국내 생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 조선소에서 특정 미국 해군 군함 모듈을 해외에서 조립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맹국 조선업체와의 협력이 해군의 함대 확장 목표 달성과 전략적 경쟁국의 급격한 해군력 발전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