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랜딩 화재 이후 뉴욕 등 지역서 배터리 시설 규제 강화... 테슬라 LFP 기술 주목

지난 1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동쪽으로 약 121km 떨어진 모스 랜딩의 미국 최대 규모 배터리 시설에서 올해 1월 16일 화재가 발생해 주변 지역 주민 약 1,200명이 대피했으며, 화재는 5일간 지속됐다.
비스트라(Vistra Corp.) 소유의 이 시설은 2020년 개장했으나, 2021년부터 여러 차례 화재와 과열 사고를 겪어왔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 데이비드 호흐실드(David Hochschild) 위원장은 블룸버그NEF 서밋에서 "이는 1세대 기술의 문제로, 우리는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주민들, 배터리 시설 건설 반대 움직임 확산
이번 사고로 배터리 시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인근에 배터리 설비 건설이 계획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마린 파크에 거주하는 클라우디아 그레코(Claudia Greco)는 "화재와 독성 물질이 이웃 주민들을 정말 공포에 떨게 했다"며 나인닷 에너지(NineDot Energy)가 플랫부시 애비뉴에 계획 중인 두 개의 배터리 시설을 반대하는 지역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같은 지역 거주자인 로즈마리 헤드(60)는 "집을 구매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일했는데, 1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런 걱정을 해야 한다"며 나인닷 에너지의 계획된 두 시설 인근에 있는 자신의 헨드릭슨 스트리트 집을 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드맥켄지와 미국청정에너지협회(American Clean Power Associ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대규모 배터리 설치는 지난해 전년 대비 33% 증가한 12.3기가와트에 달했다. 이는 90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지만, 대부분의 배터리는 재충전 전 4~5시간 동안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 뉴욕·캘리포니아, 배터리 시설 규제 강화 추진
이러한 가운데 뉴욕주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새 배터리 시설이 주택과 학교, 농장으로부터 최소 250피트(약 76m) 이상 떨어져야 하며, 프로젝트 승인 전 최소 한 번의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뉴욕주 민주당 제이미 R. 윌리엄스(Jaime R. Williams) 의원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구매할 때 자기 뒷마당에 배터리 공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지난달 규제기관이 배터리 시설 소유주에게 종합 비상 대응 계획 개발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채택했다. 또한, 존 레어드(John Laird) 주 상원의원은 새 시설이 개장 전 지역 소방서의 검사를 받아야 하며, 대형 배터리 시스템이 밀폐된 건물 내부에 설치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모스 랜딩 인근에 2001년부터 거주해온 셰릴 로빈슨(53)은 "지역사회가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모였다"며 화재 연기에 포함된 화학물질로 부동산이 오염됐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고 싶지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이 집은 내 아이에게 대대로 물려줄 재산이다. 그들이 집을 영원히 가지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화재 연기 아래 표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채취한 샘플에서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비스트라의 대변인 메란다 콘(Meranda Cohn)은 지역, 주, 연방 기관이 실시한 검사와 분석 결과 "공중 보건이나 지역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 업계 "LFP 배터리 안전" vs 트럼프 관세 변수
미국 전기전력연구소(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배터리 시설 관련 화재 사고는 27건에 불과하다. 미국청정에너지협회의 노아 로버츠(Noah Roberts) 에너지 저장 부사장은 "이는 수십만 개의 안전하게 운영되는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라고 말했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ClearView Energy Partners)의 티모시 폭스(Timothy Fox) 전무는 "우리는 이번 사태를 산을 넘는 것보다는 장애물 정도로 여긴다"며 배터리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미국 배터리 산업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여전히 외국산 배터리 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70%가 중국에서 오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배터리 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는 모스 랜딩에서 사용된 니켈 망간 코발트(NMC) 배터리와 달리, 새로운 시설에서는 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은 리튬 인산 철(LFP)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나인닷 에너지는 테슬라(Tesla Inc.)의 메가팩(Megapack) 배터리를 사용할 예정이며, 이는 NMC가 아닌 더 안전한 LFP 화학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나인닷 에너지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인 애덤 코헨(Adam Cohen)은 "모스 랜딩은 2020년에 개장했지만 이미 구식"이라며 "아무도 그런 방식으로 배터리 저장 시설을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프로젝트가 2012년 슈퍼스톰 샌디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 전력망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