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정책에 캐나다·덴마크 대형 연기금 미국 투자 비중 재평가...시장 격변과 유동성 압박 가중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각)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세계 최대 경제국에 대한 노출을 재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시장을 뒤흔들면서 유동성 압박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 사모자본 산업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형 캐나다와 덴마크 연기금들은 지정학적 우려와 세금 혜택 상실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 사모시장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
6990억 캐나다 달러(약 5041억 달러·약 719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캐나다 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IB)는 미국 사모시장 투자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PIB는 FT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나, 최근 이 펀드와 논의한 한 관계자는 FT에 "지정학적 배경을 감안할 때 CPPIB가 미국 사모펀드에 새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의 한 대형 퇴직 펀드는 이미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이 연기금의 고위 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사모펀드가 '우리는 미국 투자가 대단하다'고 찾아온다면, '고맙지만, 상황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할 때 반년 후에 다시 와라. 그렇지 않으면 투자 조건에서 상당한 가격 인하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덴마크 연기금들이 미국 투자를 재고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 양도를 요구하는 등 "매우 적대적" 접근법을 취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 임원은 덧붙였다. "행복한 미소를 찾아 '이제 우리는 그 나라에 투자하기 시작한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다.
1500억 덴마크 크로네(약 228억 달러·약 32조 원)를 운용하는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의 안데르스 쉘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T에 "매일매일 미국 투자 매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에 대한 꽤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반년 정도 안에 미국 자산에 대한 전략적 익스포저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시장 격변과 세금 혜택 상실 우려... 글로벌 연기금 투자 전략 '시프트'
덴마크 경제부 장관 스테파니 로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 펀드가 미국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펀드들이 위험과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결정은 관세와 그린란드 모두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CPPIB는 외국 정부와 연금 기금에 제공되는 면세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 인프라 투자 비중에 대해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고 이 기금 전략에 정통한 관계자가 FT에 말했다. FT의 공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CPPIB는 9월 말 기준 미국 달러 표시 사모펀드에 약 500억 달러(약 71조 원)를 투자했으며, 실버레이크, 칼라일, 블랙스톤 등이 운영하는 펀드들이 이에 포함된다.
또 다른 캐나다 대형 연기금 전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T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종류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환영하는지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6개월이나 12개월 동안 미국 투자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거래를 줄이고 전략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과 오타와 간 긴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규모 관세를 위협하고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고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최대 무역 상대국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 이번 달 시장은 격렬하게 요동쳤으며, 일부 관세 도입은 90일 동안 유예됐다.
그러나 일부 캐나다 연기금은 미국 투자를 유지할 계획이다. 4730억 캐나다 달러(약 3411억 달러, 약 486조 원) 자산을 보유한 퀘벡예탁투자공사(CDPQ)의 마틴 롱샹 사모펀드·신용 책임자는 FT에 "요즘은 모든 곳에 투자하기 어렵고 지정학은 더욱 복잡해졌다"면서도 "우리는 미국에서 계속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관세 소음은 기업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사모펀드 고위 임원 두 명도 FT에 캐나다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펀드에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자금 흐름에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적 접근이 캐나다 정치권을 자극해 대형 연기금들에게 미국 신규 투자 제한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 정책과 영토 확장 발언이 글로벌 자본 흐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FT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긴장을 넘어 세계 최대 경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사모펀드 시장은 이미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연금의 자금 유입 감소는 시장 불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속되는 한, 글로벌 투자 흐름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