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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로펌들 압박해 9억4000만 달러 무료 법률 서비스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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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로펌들 압박해 9억4000만 달러 무료 법률 서비스 확보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법조계 저항과 굴복 양분
2020년 8월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법률 회사 심슨 태처 & 바틀렛 LLP의 건물 외관에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8월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법률 회사 심슨 태처 & 바틀렛 LLP의 건물 외관에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 법조계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에 비판적인 로펌들을 압박해 9개 대형 로펌으로부터 총 94000만 달러(13400억 원) 규모의 무료 법률 서비스를 확보하면서, 헌법과 법치주의 위기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12(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 5개 로펌과 최근 계약을 체결하며 이런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개 대형 로펌이 트럼프 행정부에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폴 와이스(Paul, Weiss)4000만 달러(570억 원), 스캐든 압스(Skadden Arps)와 윌키(Willkie), 뱅크(Milbank), 캐드월레이더(Cadwalader)가 각각 1억 달러(1426억 원), 레이섬앤왓킨스(Latham & Watkins), 심슨대처(Simpson Thacher), 커클랜드앤엘리스(Kirkland & Ellis), A&O 셔먼(A&O Shearman)이 각각 12500만 달러(1782억 원)의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굴복이냐 저항이냐"... 로펌들 갈라진 대응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대변한 로펌들을 겨냥해 연방 정부 업무 금지와 보안 허가 취소 등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압박을 시작했다. 이에 첫 타협을 수용한 폴 와이스는 "싸움을 선택했을 때 잃을 수 있는 돈, 고객, 인재에 비하면 4000만 달러는 작은 가격"이라고 주장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의 압박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 12일 체결된 합의 중 4건은 내부 다양성 정책으로 조사받던 기업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초기보다 덜 심각한 위협에도 각각 12500만 달러의 무료 법률 서비스를 약속했다.

반면 명망 있는 로펌 세 곳은 타협 대신 법정 투쟁을 선택했다. 윌머헤일(Wilmer Hale)은 보수 성향의 폴 클레멘트(Paul Clement) 변호사를 내세워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법조계·시민단체 대규모 반발


이러한 행정부의 행보에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80개 이상의 단체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수백만 미국인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우리는 사법부를 위협하고, 법치를 해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의회 동맹국들의 행동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왕이 아니며 누구도 법 위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진의 4분의 3 이상인 94명도 법치주의 위기를 경고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과 로렌스 트라이브(Laurence Tribe) 교수 등 저명한 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저명한 소송 변호사 존 케커(John Keker)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변호사와 로펌이 법의 지배를 옹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서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 사법부 독립성마저 위협... 판사 탄핵 움직임


트럼프 행정부와 법조계의 갈등은 사법부 독립성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연방법원 판사들이 행정부 조치를 중단시키는 명령을 내리자, 트럼프와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제임스 보아스버그(James Boasberg) 판사의 탄핵을 촉구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약 250명의 베네수엘라인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는 항공편을 되돌려 보내라는 보아스버그 판사의 법원 명령을 무시하기까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미 바이든 시대 관료들과 비영리 단체들은 자신들을 변호할 변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로펌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