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속 반도체 자립 시도
28나노 공정 이하 장비 개발 박차
28나노 공정 이하 장비 개발 박차

지난 1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선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씨캐리어는 칩 제조 분야에서 장비를 개발해 왔으며,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 리서치 등의 장비를 벤치마크 삼아왔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장비는 노광, 화학 기상 증착, 측정, 물리 기상 증착, 식각, 원자층 증착 등이며, 이 분야들은 현재 네덜란드, 미국,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씨캐리어는 칩 생산 및 장비 제조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화웨이 전문가 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 씨캐리어, 첨단 공정 장비 개발 현황
특히 씨캐리어는 28나노미터 이하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노광 장비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이 분야는 현재 ASML, 니콘, 캐논이 장악하고 있다. 다만 소식통들은 이 회사가 해당 장비를 원활하게 상업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28nm 공정의 칩은 성숙 기술로 분류되며, 현재 TSMC, 삼성, 인텔만이 생산 가능한 5nm 또는 4nm 공정 칩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다. 하지만 이러한 칩은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 첨단 로봇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돼 그 중요성이 크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칩 제조업계 임원은 "그들은 칩 제조의 여러 공정 단계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장비를 구축하려 한다. 화웨이의 요구와 요청에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에는 수백 명, 다른 프로젝트에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씨캐리어가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 이후 중국 내 미국 칩 장비 제조업체들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최근 몇 년간 해외 경쟁사로부터 숙련된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채용해 왔다고 밝혔다. 한 중국 칩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젊은 회사지만 업계에서 경험 많은 인재를 영입해 큰 팀을 꾸렸다"고 평가했다.
씨캐리어는 최근 열린 SEMICON 차이나 산업 박람회에서 대만 유명 산의 이름을 딴 새로운 원자층 증착(ALD) 장비 '아리산'을 포함한 다양한 칩 제조 장비를 출시했다.
◇ 미국의 제재와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
화웨이는 칩 제조 장비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며 TSMC, 인텔 등 주요 칩 제조업체와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 리서치, KLA, 도쿄 일렉트론, 스크린 등 글로벌 장비 제조업체의 경험을 가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에 칩 제조 장비용 대규모 연구 개발 단지를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닛케이 아시아에 화웨이가 씨캐리어와 긴밀히 협력하여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공동으로 강화하고 칩 제조 공정 구현 시 주요 생산 과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와 씨캐리어는 닛케이 아시아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2021년 8월 설립된 씨캐리어는 주요 주주가 선전 정부 투자 기관인 선전 메이저 투자 그룹이라고 밝혔다. 닛케이 아시아는 앞서 선전 메이저 투자 그룹이 펑신웨이 집적회로 제조 유한회사와 스웨이슈어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화웨이 연계 칩 제조업체의 주요 후원자라고 보도한 바 있다.
칩 제조 장비 접근성은 중국 반도체 개발의 주요 병목 현상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판매를 제한했으며, 동맹국인 네덜란드와 일본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해 말 바이든 행정부는 칩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거의 모든 주요 중국 칩 장비 제조업체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이 칩 제조 장비 생산 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은 또한 중국 외부에 있는 여러 제3자 유통업체를 통해 첨단 AI 칩을 구매하는 등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는 다양한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칩 장비 제조업체인 나우라 테크놀로지는 이러한 국산화 노력의 주요 수혜자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약 7배 성장했으며, 2위 국내 공급업체인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패브리케이션 이큅먼트(AMEC)는 같은 기간 동안 28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미국 칩 전문가들은 여전히 수출 통제를 인공 지능과 같은 첨단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칩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늦추는 중요한 조치로 보고 있다.
그레고리 C.앨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 센터 소장은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기술의 신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해외 지원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 통제가 중국 정부와 기업 모두 국내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욕구를 증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수출 통제가 가속화된 국산화를 야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산화는 단순한 욕구 이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