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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핀란드, 인구 500만에 방위기술기업 368개... NATO 가입후 투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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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핀란드, 인구 500만에 방위기술기업 368개... NATO 가입후 투자 급증

러시아와 1340km 국경선 공유한 최전방 국가, 첨단 VR·위성·무인기술로 방위산업 허브 도약
2025년 1월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SecD-Day 전시회에서 핀란드 방위 기술 회사 인스타(Insta)의 전투 드론인 '스틸 이글'(Steel Eagle)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월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SecD-Day 전시회에서 핀란드 방위 기술 회사 인스타(Insta)의 전투 드론인 '스틸 이글'(Steel Eagle)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핀란드가 러시아와 맞닿은 지리적 위치와 국가적 안보 의지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방위기술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BBC는 지난 13(현지시각) 헬싱키 현지 보도를 통해 인구 500만에 불과한 핀란드가 총 368개의 방위기술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 국영 벤처캐피털 테시(Tesi)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약 40%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며, 민간 분야에도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연간 30~4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 데이터 플랫폼 딜룸(Dealroom)NATO 혁신기금이 지난 2월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헬싱키는 현재 유럽 5대 방위·안보·회복력 투자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NATO 혁신기금은 202324NATO 회원국의 자금 지원으로 출범한 독립 벤처캐피털 펀드다.

핀란드의 방위기술 스타트업인 바르요(Varjo)는 미국과 유럽 NATO군에 80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호세 바리엔토스와 같은 생산 전문가들은 다중 카메라, 시선 추적 기술, 고위험 군사 작전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전자 시스템이 포함된 헤드셋을 조립하고 있다.
바르요의 티모 토이카넨 최고경영자(CEO)"우리 제품은 게임용 가상현실 헤드셋보다 발전된 형태로, 합성 콘텐츠와 실제 환경 이미지를 결합한 '혼합현실' 경험을 제공한다""이를 통해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 시공간이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종사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항공기 격납고로 장거리 이동할 필요 없이 헤드셋 내에서 동일한 훈련의 99%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이카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핀란드의 NATO 가입이 방위 분야에 대한 관심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군사 관련 기술에 대해 경계했고 투자금을 모색할 때 사업의 그 측면에 대해 '에둘러 말했다'지만, 지금은 오히려 방위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르요는 20223월 이후 5400만 달러(77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토이카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다시 집권한 후 유럽 군대들이 자사 제품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보이고 있다""갑자기 우리가 준비해야 하고 NATO와 미국만 의존할 수 없다는 새로운 견해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 방위기술 스타트업 급부상... 위성·무인항공기 등 첨단기술 개발


핀란드에서 성장하고 있는 다른 방위 및 이중용도 분야 스타트업으로는 고해상도 마이크로위성 이미지와 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한 아이스아이(Iceye)와 위성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리오빗(Re-orbit)이 있다.

구글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인 디스턴스 테크놀로지스(Distance Technologies)는 헤드셋 없는 몰입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핀란드의 전통적인 방위기업인 파트리아(Patria)와 협력을 발표하며 장갑차에 이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헬싱키의 옛 병원을 스타트업 캠퍼스로 개조한 마리아 01에서 활동하는 얀네 히에탈라 켈루(Kelluu) CEO는 원래 기후 연구자들이 사용할 기술을 개발하려 했으나, 2022년 방향을 전환해 도시, 정부, 연구기관을 위한 감시 플랫폼 회사로 발전했다. 그는 북극의 눈 덮인 숲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무인 항공기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보안 상황에 대해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히에탈라는 "핀란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소 80%가 자국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러한 "방어 태세의 정신"이 스타트업 전략과 비즈니스에도 스며들어 산업 성장을 계속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리적 취약성과 국가적 지원이 혁신 동력으로


핀란드는 러시아와 약 1,340km의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많은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비율의 국방 예산을 유지해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객원교수이자 방위기술 투자자인 니콜라스 넬슨은 "지리의 폭정이라는 말이 있다. 위협에 가까울수록 그것을 더 절박하고 실존적인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핀란드인들은 또한 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의 침공을 받았던 겨울 전쟁의 기억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넬슨은 "핀란드 헌법에는 국가를 방어할 국민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으며, 남성에게는 의무 군복무가 시행되고 있다""이에 노출되는 것이 재생에너지나 금융기술과 같은 유럽의 다른 급성장 산업보다 방위기술 분야에서 재능 있는 시민들이 창업자나 투자자가 되도록 촉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핀란드 방위기술 기업의 성장은 국가적 기술 환경에 의해서도 촉진되고 있다. 바르요의 토이카넨을 포함한 많은 기술 인재들은 핀란드에 뿌리를 둔 글로벌 모바일 기업 노키아에서 경력을 쌓았다. 노키아는 2000년대 중반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많은 전직 직원들이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거나 투자하도록 독려했다.

핀란드는 스웨덴이나 영국과 같은 다른 유럽 스타트업 허브만큼 성숙하지는 않지만, 수면과 건강 모니터링 반지 오우라(Oura)와 게임 개발사 슈퍼셀(Supercell)을 포함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몇몇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핀란드 정부 또한 방위기술 환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는 정부 기관인 비즈니스 핀란드는 지난해 새로운 방위 및 디지털 회복력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이니셔티브에 12000만 유로(1950억 원)를 투입했다.

비즈니스 핀란드의 키르시 코코 프로그램 책임자는 "현 정부는 이러한 민관 협력을 정말로 강화하고 있다""그들은 시급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핀란드 방위기술 산업은 여러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히에탈라는 "민첩한 스타트업과,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기 전에 수년간의 실험과 프로토타입 제작을 요구하는 대형 방위기업 및 정부 사이에는 일종의 '문화 충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빠르고 신속하게 실패하고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DNA를 가진 스타트업과는 완전히 반대쪽 스펙트럼에 있다"고 덧붙였다.

코코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방위기술 발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핀란드의 작은 규모와 길고 어두운 겨울이 잠재적 인재를 낙담시킬 수 있지만, 혁신 명성, 수평적 업무 구조, 낮은 범죄율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인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코는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