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인상에 LG전자 하이퐁 공장 투자 확대 일시 중단
400명 이상 고용 불안… 베트남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 우려
400명 이상 고용 불안… 베트남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 우려

LG의 하이퐁 투자 확대 일시 중단 소식은 최근 하이퐁 경제구역 관리위원회가 개최한 미국 시장 수출 기업 간담회에서 처음 알려졌다. 하이퐁 경제구역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하이퐁 산업단지 및 경제구역 내 기업들의 총 수출액은 314억 달러(약 44조 8001억 원)로, 시 전체 수출액의 약 90%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은 70억 달러(약 9조 9855억 원)에 달했으며, 특히 미국 시장 수출액은 61억 1000만 달러(약 8조 7163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이 수입 관세율을 평균 9.4%에서 46%로 갑작스럽게 인상하면서 하이퐁 내 여러 대기업들이 단기적,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높은 관세율은 기업의 수출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켜 수익 감소, 경쟁력 약화,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생산량 감축, 사업 규모 축소, 인력 감원, 투자 계획 연기 등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 시장 관련 사업을 하는 130개 기업 중 64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새로운 세금 정책으로 인한 총 손실 추정액은 약 28억 1000만 달러(약 4조 17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기업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추거나 투자 확대를 중단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 관세 직격탄 맞은 LG 하이퐁... 생산 중단 및 투자 계획 차질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LG전자 하이퐁 법인이다. 이 회사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4억 6000만 달러(약 6561억 원)의 손실을 보았으며, 결국 전자레인지 생산 확대 계획을 접고 냉장고 생산마저 일시 중단했다. 이는 4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환기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베트남 정부와 하이퐁시 당국의 신속한 대응에 감사한다. 하지만 관세 문제로 내년 투자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협상 노력을 통해 우리가 이곳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베트남 내 LG 사업 현황은?
LG는 베트남의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 중 하나다. 2024년 4월 기준 LG는 하이퐁에 총 82억 4000만 달러(약 11조 7546억 원)를 투자했다. 이 중 72억 4000만 달러(약 10조 3280억 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 CNS, LG화학, LG상사 등 7개 프로젝트에, 나머지 약 10억 달러(약 1조 4265억 원)는 50개의 협력사에 투자됐다.
특히 2024년 11월 LG디스플레이는 10억 달러(약 1조 4265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등록증을 받았다. 짱주에 산업단지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는 총 투자액을 46억 5000만 달러(약 6조 6354억 원)에서 56억 5000만 달러(약 8조 551억 원)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LG그룹의 베트남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로, 월 1300만~1400만 대의 고성능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다.
LG의 하이퐁 투자는 2016년 15억 달러(약 2조 1397억 원)로 시작되어 8년간 지속적인 확장을 통해 2만 2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했으며, 연평균 58억 달러(약 8조 2737억 원)의 수출과 1조 동(약 600억 원)의 세금 납부 실적을 기록했다.
◇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관세發 수익성 악화 '고심'
한편,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한국 본사는 87조 72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6% 성장했다. 하지만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6.4% 감소한 3조 4197억 원에 그쳤으며, 연간 순이익은 48.6%나 급감한 591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024년 4분기에는 1조 954억 원의 세전 손실과 713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2024년 말 기준 LG의 총자산은 65조 62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으며, 총부채는 40조 4179억 원, 자기자본은 25조 21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퐁에 위치한 LG의 두 핵심 자회사인 LG전자 베트남(LGEVH)과 LG이노텍 베트남(LGITVH)은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다. 2024년 LGEVH는 5조 6357억 원(약 98조 7910억 동)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8% 성장했고, 이익은 1738억 7000만 원으로 15.7% 증가했다. 반면 LGITVH는 5조 4195억 원의 매출과 1879억 7000만 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와 17.8% 감소한 수치다.
두 회사의 총매출은 11조 550억 원, 총이익은 3618억 원으로, 이는 2024년 전체 LG그룹 매출의 12.6%, 전체 이익의 61.2%에 해당한다. LG 측은 베트남의 두 자회사가 현재 LG전자 글로벌 계열사 중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의 LG이노텍과 미국의 LG전자에 이어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말 기준 LGEVH의 총자산은 2조 2330억 원(약 39조 3840억 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으며, 부채는 1조 1878억 원, 자기자본은 1조 454억 원이다. 반면 LGITVH는 총자산이 7% 감소한 약 2조 220억 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는 37.8% 감소한 7987억 원, 자기자본은 37% 증가한 1조 2230억 원으로 나타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